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공공기관장 인사권 행사에 시동을 걸었다. 한국마사회장 임명이 첫 단추다.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인사권 행사의 물꼬를 튼 만큼 임기가 만료되거나 공석인 공공기관장에 대한 인사 역시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야3당은 황 권한대행이 국회 대정부 질문 출석과 야당의 회동 요구에는 확답을 하지 않고 권한만 키우고 있다고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4일 임기가 만료된 현명관 전 마사회장 후임으로 이양호 전 농촌진흥청장을 임명했다고 16일 밝혔다. 농림수산식품기술기획평가원(농기평) 원장에 오경태 전 농식품부 차관보도 임명했다. 공공기관의 장은 주무부처 장관 제청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한다. 황 권한대행은 전날 두 사람을 임명키로 결정하고 농식품부에 통보했다. 지난 9일 박근혜 대통령 직무정지 이후 황 권한대행이 대통령 인사권을 대행한 것은 처음이다.
황 권한대행 측은 “경영공백이 장기화될 경우 국가경제 및 대국민 서비스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공석 중이거나 임기가 만료되는 공공기관장 중 부득이한 경우에는 정해진 절차에 따라 제한적으로 인사를 시행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나머지 공공기관장 인사도 잇따를 전망이다. 마사회를 제외하면 현재 공기업 한 곳과 준정부기관 10곳 등 20여 곳의 공공기관장이 임기가 만료됐거나 공석이다. 김영학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이 지난 11일 임기가 만료된 것을 비롯해 오는 27일 임기가 끝나는 IBK기업은행장에 대한 인선 여부도 관심이다.
권한대행 체제 일주일 만에 나온 이번 인사를 두고 박 대통령 및 주변 인사들의 입김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전경련 상근부회장을 지낸 현명관 전 마사회장은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를 특혜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임기가 만료됐거나 공석인 다른 공공기관장은 놔둔 채 마사회장을 가장 먼저 임명한 게 무언가 다른 배경 때문이 아니냐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양호 신임 마사회장은 대구 영남고, 영남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대구·경북(TK) 인사다. 오 신임 농기평원장도 대구가 고향으로 대구 심인고와 영남대 행정학과를 나왔다.
차기 기업은행장도 논란거리다. 기업은행 노조는 성명을 통해 “차기 은행장 추천후보 중 일부 인사의 배후에 현 정부 실세와 친박계가 인사에 개입한 정황이 있다”고 주장했다.
황 권한대행의 인사권 행사가 알려지면서 야당의 성토 목소리도 커졌다. 야당은 황 권한대행이 협치(協治)에는 소홀하면서 인사권을 행사한 것을 두고 강하게 반발했다.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최고위원은 “황 권한대행이 급하지 않은 마사회장 자리에 인사권을 행사한 것은 부적절하다”며 “왜 이 정부는 대통령이나 총리나 말에 관심이 많은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국민의당 김동철 비상대책위원장도 “황 권한대행의 신분은 엄연한 총리”라며 “대통령이 사실상 유고 상태이기 때문에 대통령의 극히 일부 권한을 대행하는 것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황 권한대행이 계속 국회를 무시하고 탄핵 민심을 외면하면 국회에서 다시 한 번 (거취를) 재고하겠다”고 경고했다. 정치권 밖의 반발도 크다. 촛불집회를 주최해 온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은 17일 촛불집회에서 박 대통령에 대한 신속한 탄핵 처리와 함께 황 권한대행 퇴진도 요구할 계획이다.
김현길 우성규 유성열 기자 hgkim@kmib.co.kr, 사진=최종학 선임기자
공공기관장 인사 급가속?… ‘黃 돌진’에 野 뿔났다
입력 2016-12-17 0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