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6일 도쿄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3000억엔(3조50억원) 규모의 경제협력을 하기로 합의했다. 가장 관심을 모았던 쿠릴 4개섬(일본명 북방영토)의 일본 반환 문제는 견해차가 커서 이곳에서 양국이 공동 경제활동을 추진하자는 수준의 합의에 그쳤다. 당초 쿠릴 4개섬의 반환 약속을 받아내려던 아베 총리의 목표에 크게 못 미치는 성과다. 반면 푸틴 대통령은 대규모 경제 지원이라는 실속을 챙겼다.
전날 밤 야마구치현 나가토의 온천 료칸(전통 숙박시설)에서 회담한 두 정상은 이날 도쿄로 이동해 총리 관저에서 또다시 회담을 가졌다. 두 정상은 “남쿠릴열도에서 특별한 제도에 근거한 ‘공동 경제활동’을 실현하기 위한 협의를 개시한다”는 내용의 합의문을 발표했다. 공동 경제활동은 평화조약 체결을 향한 중요한 첫걸음으로, 평화조약 문제에 관한 양국의 입장을 해치지 않도록 한다고 명시했다.
1956년 소련·일본 공동선언에 따르면 평화조약 체결이 쿠릴 2개섬(시코탄·하보마이) 반환의 전제조건이다. 아베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전후 71년이 지났는데도 평화조약이 맺어지지 않은 비정상적인 상황은 우리 세대에서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하루아침에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순진하다”며 시간을 두고 합의점을 찾아가자는 입장을 나타냈다. 교도통신은 “북방영토(쿠릴 4개섬)의 일본 귀속 문제에 진전이 없었다”고 평가했다.
양국이 합의한 경제협력은 러시아의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일본 첨단 의료기술을 도입한 재활센터 건립 등 세부 사업이 60건을 넘는다.
전날 회담에 2시간30분 지각했던 푸틴 대통령은 이날도 나가토에서 늦게 출발해 회담이 30분 지연됐다. 회담 후 그는 아베 총리와 함께 경제단체 주최 ‘일·러 비즈니스 대화’에 참석했다. 이어 일본 유도의 발상지 고도칸(講道館)을 방문한 뒤 귀국길에 올랐다. 유도 애호가인 푸틴은 2000년 방일 때도 고도칸을 찾아 직접 대련 시범을 했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러·日 정상회담 3000억엔 경협 합의… 쿠릴 반환 견해차 확인
입력 2016-12-16 18:26 수정 2016-12-16 2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