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2시 서울 서초동 법원청사 3별관. 충북 음성군에서 온 이효정(18)양과 정유미(18)양이 시민 100여명이 늘어선 줄 마지막에 합류했다. 두 사람은 19일 열리는 ‘최순실 국정농단’ 재판의 방청권을 받기 위해 오전 11시 버스를 타고 서울에 왔다. 올해 수능시험을 치르고 고등학교 졸업을 기다리는 이양은 “올까 말까 고민도 했다”며 “이런 기회가 또 없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친구와 함께 왔다”고 말했다.
“최순실씨 얼굴을 실제로 보고 싶었어요. 박근혜 대통령과는 어떤 사이인지, 재판에서는 뭐라고 말할지도 궁금했고요. 이번에 입시를 치렀는데 최씨 딸 정유라씨가 이화여대에 부정입학했다는 게 너무 화나요. 최씨가 자신의 행동을 뭐라고 변명하는지 지켜볼 거예요.”
서울중앙지법이 개최한 방청권 추첨 행사에는 시민 213명이 모였다. 이들에게 할당된 좌석은 80석. 최씨 등의 재판이 열리게 될 대법정 150석 중 사건 관계인과 기자석을 제외한 숫자다. 법원은 공개 추첨으로 자리를 배정했다. 엄정한 추첨을 위해 법원 직원 20여명과 서울 서초경찰서 소속 경찰관 2명이 참관했다.
법원이 국민적 관심사가 큰 재판을 앞두고 방청권을 배부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내란음모’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사건(2013년), ‘땅콩 회항’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재판(2015) 등에서도 방청권을 나눠줬다. 당시에는 정당과 시민단체, 기업 관계자들이 법정에서 자리를 놓고 충돌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였다.
최씨 재판 방청을 신청한 사람들은 일반 시민이 대다수였다. 아내와 함께 온 김경식(67)씨는 “재판 방청은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진실이 무엇인지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서 왔다”고 말했다. 법조인을 꿈꾸는 학생들도 있었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입학을 준비하는 구영은(28·여)씨는 “일반 국민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을 해보고 싶었다”며 “이번 기회에 법원이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시민의 눈만을 의식해 법과 원칙에 따라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판결을 내리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법원 관계자는 “재판 방청 기회를 공평하게 제공할 수 있도록 공개 추첨 행사를 기획했다”며 “형사재판 절차를 국민들에게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19일 열리는 첫 공판준비기일에 최씨가 출석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재판 일정 등을 조율하는 준비기일이어서 피고인이 출석하지 않아도 된다. 최씨 측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는 “준비기일에 불출석할 경우 어떤 득실(得失)이 있는지 최씨에게 다 설명했다”며 “(출석 여부는) 최씨가 판단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본격적인 공판 기일이 시작되면 최씨는 법정에 반드시 나와야 한다. 최씨를 비롯해 안종범·정호성·차은택씨 등 핵심 피고인 11명을 모두 심리하게 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는 최근 배당받은 사건을 모두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하고 국정농단 사건에 집중하고 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사진=구성찬 기자
“국정농단 직접 확인하고파…” 시민들 장사진
입력 2016-12-17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