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미국 대선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두고 양측의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공영라디오 NPR과 인터뷰에서 “외국 정부(러시아)가 미국의 대선에 영향을 미쳤으면 이를 응징하는 건 당연하다”면서 “공식·비공식적으로 응당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임기가 끝나는 내달 20일 전에 의혹을 정리하는 보고서를 발간하겠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정조준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전날 “푸틴이 미 대선에 영향을 주기 위해 사이버 공격을 직접 지시했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도 이미 이를 알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도 “푸틴이 알지 못하는 일이 러시아에서 일어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러시아는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백악관과 러시아가 대선에 개입했다고 결론내린 미 중앙정보국(CIA)을 겨냥해 “사실을 근거로 하지 않은 쓰레기 같은 소리”라며 반박했다. 일본을 방문 중인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이 소식을 접하고 “기가 막히다”면서 “이런 의혹 제기는 완전히 터무니없고 바보 같은 짓”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도 발끈했다. 트위터에 “만약 러시아나 다른 단체가 해킹을 했다면 백악관은 어째서 이렇게 오래 기다렸다가 지금에서야 얘길 꺼내는가”라며 “어째서 힐러리 클린턴이 패배하고 나서야 불만을 제기하는가”라고 일침을 가했다. 트럼프의 수석고문인 켈리안 콘웨이도 “백악관이 놀라울 만큼 무책임하고 실망스럽다”며 날을 세웠다.
권준협 기자 gaon@kmib.co.kr
백악관 “푸틴, 대선 개입 지시”… 크렘린궁 “쓰레기 같은 소리”
입력 2016-12-16 1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