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탄핵소추 공소장에는 일부, 뭐랄까 빠진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 저희가 재판에서 다투겠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심판 대리인단인 이중환(57·사법연수원 15기) 변호사는 16일 헌법재판소에 박 대통령 측 답변서를 제출한 뒤 기자들을 만나 이같이 밝혔다. 24쪽 분량의 답변서는 박 대통령을 최순실(60·구속 기소)씨 등의 공범으로 규정한 검찰의 수사결과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내용들로 채워졌다. 이 변호사는 “지극히 일부분의 사실관계는 인정하지만, 공소장에는 빈 공간이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빈 공간’은 결국 검찰 수사로 혐의가 드러난 국정농단 주역들과 박 대통령 간에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는 거리두기를 의미한다. 박 대통령 측은 미르·K스포츠재단의 설립 목적이 정당했고 이 재단을 통해 각종 비위를 지시하거나 적극 방조한 사실이 없었다는 논리로 헌재에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 측은 이에 따라 위법행위의 중대성이 인정되지 않으며, 헌재가 말하는 대통령 파면요건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는 식의 법리적 주장을 전개했다.
박 대통령의 주장은 그간 국정농단 사태가 공론화된 이후 3차례의 대국민 담화에서 피력했던 태도와 일관된다. 그는 도의적 책임은 인정하면서도 법적 책임만큼은 한사코 부정하는 식으로 대국민 담화를 계속해 왔다. 지난달 4일에는 “(재단 설립) 과정에서 특정 개인이 이권을 챙기고 여러 위법행위까지 저질렀다고 하니 너무나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이라며 비위사실을 전언(傳言)으로 말해 거리를 뒀다. 지난달 29일에는 “(나는) 어떠한 개인적 이익도 취하지 않았다”며 “주변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은 결국 저의 큰 잘못”이라고 도의적 책임만 인정했다.
이는 유일한 전례인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을 참고한 자기변론이기도 하다. 노 전 대통령은 2004헌나1의 탄핵소추 사유 중 하나였던 최도술·안희정씨 등의 측근 비리에 대해 “대통령은 이를 교사하거나 방조하는 등 가담한 일이 없다”고 답변했고, 상당수는 취임 전의 일이었다고 반박했다. 결국 당시 헌재는 “변론절차에서 현출된 모든 증거에 의하더라도 피청구인(노 전 대통령)이 불법자금 수수 등의 행위를 지시·방조하였다거나 기타 불법적으로 관여하였다는 사실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결론지었다.
이제 박 대통령의 뇌물죄 성립 여부는 헌재와 특검이 동시에 풀어야 할 과제가 됐다. 박 대통령 측은 헌재가 검찰과 특검에 자료제출을 요구한 것은 헌재법 제32조에 위배된 일이라고 이의신청을 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헌재의 신속한 심리 기조에 대해서는 동의한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이 사건을 최대한 신속하게 하되 재판 과정에서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길 바란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박 대통령이 공개변론 과정에서도 헌재 심판정에 출석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노 전 대통령도 2004년 탄핵심판 당시 “사실관계 확인이 아닌 정치적 공방이 된다”며 직접 출석하지 않고 대리인들을 내보냈다.
글=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사진=최종학 선임기자, 그래픽=안지나 기자
朴 “내가 지시한 적 없다… 공범이 아니다” 전부 부정
입력 2016-12-17 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