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머니에도… 中 ‘축구굴기’ 까마득

입력 2016-12-16 20:55



연봉 1억 유로(약 1236억원). 중국 슈퍼리그 허베이 종지가 슈퍼스타 리오넬 메시(29·FC 바르셀로나)에게 제시한 조건이다. 16일(한국시간) 영국 스포츠 전문 채널 ‘스카이스포츠’에 따르면 허베이 종지는 메시에게 5년간 세후 총 5억 유로(약 6180억원)의 연봉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현재 메시의 연봉은 2400만 유로(297억원) 수준인데, 네 배가 넘는 금액을 베팅한 것이다. 바르셀로나 슈퍼스타 메시가 중국에서 뛸 가능성은 낮지만 세계 팬들은 중국의 ‘축구굴기(蹴球?起)’에 다시 한 번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

축구광인 시진핑 중국 주석은 부주석 시절이던 2011년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본선 자력 진출, 월드컵 개최, 월드컵 우승’이라는 세 가지 목표를 제시했다. 이후 중국 슈퍼리그는 세계 축구의 ‘엘도라도’로 떠올랐다. 클럽들은 천문학적인 이적료와 연봉으로 세계적인 스타들을 사들였다. 중국 축구계는 자국 선수들이 월드클래스 스타들과 함께 뛰면 덩달아 실력이 늘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중국 축구에서 ‘용병 쇼핑 효과’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올겨울에도 중국 이적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첼시 미드필더 오스카(25)는 상하이 상강으로 이적할 예정이다. 16일 영국 언론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상하이 상강은 첼시에 이적료로 6000만 파운드(약 879억원)를 제시했고, 첼시는 이를 받아들였다. 오스카의 연봉은 무려 2000만 파운드(한화 293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이날 “첼시 미드필더 세스크 파브레가스(29)가 내년 여름 광저우 에버그란데로 이적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아르헨티나 축구 국가대표 출신인 카를로스 테베스(32·보카 주니어스)는 상하이 선화 이적이 사실상 확정됐다. 이적료는 1000만 달러(약 118억원), 연봉은 2500만 달러(약 296억원)로 알려졌다. 슈퍼리그로 승격한 톈진 취안젠은 파리 생제르맹의 대표 공격수 에딘손 카바니(29)를 영입하기 위해 5000만 유로(약 616억원)의 이적료를 준비했다.

은퇴를 앞둔 선수들을 제외하고 빅리그에서 뛰는 유럽과 남미 선수들은 그동안 슈퍼리그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35·맨유)와 곤살로 이과인(29·유벤투스) 등은 유럽 리그에서 뛰기 위해 ‘황사머니’를 뿌리쳤다. 하지만 갈수록 천문학적 연봉의 달콤한 유혹을 이기지 못하는 선수들이 늘고 있다. 최근에는 경기력이 절정인 20대나 30대 초반의 빅리거들이 주저없이 중국행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브라질 대표팀 출신 하미레스(28)와 헐크(30)도 전성기에 중국리그로 팀을 옮겼다. 지난겨울 리그별 선수 이적 총액 랭킹에서 슈퍼리그(3억3700만 유로)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2억5300만 유로)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해외 스타들이 슈퍼리그로 몰려들고 있지만 정작 중국 축구는 눈에 띄는 발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에서 2무3패(승점 2)로 5개 팀 중 최하위에 머물러 월드컵 본선 진출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 축구 전문가들은 돈 맛을 들인 중국 선수들이 개인플레이에만 신경 쓰고 팀워크는 중시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다만 월드스타들의 중국진출이 누적되고 체계적인 팀 운영이 안착될 경우 중국축구를 마냥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 차원의 축구굴기 정책이 꾸준히 진행된다면 중국 국가대표의 실력도 향상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국 축구가 훗날 위협적인 존재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은 그래서 설득력이 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그래픽=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