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얼굴은 사람의 모습이자 체면

입력 2016-12-17 04:01

‘얼굴’은 사람 머리의 앞면, 머리 앞면의 전체적인 생김새, 주위의 평판이나 명예 또는 체면, 어떤 심리상태가 나타난 형색, 어떤 분야에 활동하는 사람(예능계의 새 얼굴), 사물의 진면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표상(한라산의 얼굴은 백록담) 등의 의미를 가집니다.

‘B사감과 러브레터’. 나이 든 여학교 사감의 본능적인 사랑의 감정과 이중성을 그린 현진건의 단편소설입니다. 1920년대 중반 나온 ‘조선의 얼골’이라는 소설집에 들어 있지요.

얼굴은 ‘낯’과 함께 고래로부터 쓰이던 말입니다. 얼굴이 주로 모습(形)의 의미로 쓰이다 17세기쯤 ‘얼골’이라는 말이 등장하지요. 얼굴은 18세기 이후 ‘안면’으로 그 뜻이 축소됩니다. 얼굴이 위와 같이 여러 의미로 쓰이게 된 연유이기도 합니다.

얼굴은 한자로 面(면), 顔(안)이라 하겠는데 面은 목과 얼굴을 본뜬 글자이고, 顔이나 頭(머리 두), 頂(정수리 정) 등 頁(머리 혈)이 들어간 글자는 대부분 얼굴, 머리를 뜻하지요. 낯짝은 낯의 속된 표현입니다.

얼굴이 ‘얼꼴’, 즉 정신의 줏대를 이르는 얼과 모양을 의미하는 꼴이 변한 말이라는 견해도 있으나 억지감이 있어 보입니다.

나라 밖 동포들이나 나라 안 사람들은 나라 꼴이 부끄러워 차마 얼굴을 들지 못할 지경인데, 얼굴 미용시술 시비로 나라가 온통 난리입니다.

서완식 어문팀장, 삽화=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