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이웃나라 일본 후쿠시마에서 지진과 해일로 인해 발생한 원전 사고는 우리의 원전 산업계에 효율성보다 안전성을 부각시키는 패러다임의 거대한 변화를 가져왔다. 당시 우리나라는 원전 이용률 세계 1위 달성은 물론 순수 국산 원전을 해외에 수출했다는 자긍심에 충만하던 때였다.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함께 불어 닥친 원전 부품 시험성적서 위변조 등 각종 비리와 안정성 문제 등은 ‘원전 마피아’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기까지 했다.
이에 따라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은 원전 비리 방지 등 근본적 대책을 마련하기 시작했고 ‘원자력사업자 관리감독법’이 지난해 7월 1일 본격 시행됐다. 원전 부품 시험성적서 위변조 문제는 해당 부품을 모두 검증된 신규 부품으로 교체하고 국내에 품질검증시스템을 구축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제는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부품은 근본적으로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또 안전성 제고를 위해 지진, 전원상실, 침수, 중대사고 등에 대비하여 각종 설비개선과 대비책을 마련하여 보강작업을 계속 수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원전 이용률보다는 ‘안전성 최우선 정책’을 추진하여 안전에 조금이라도 영향이 있는 설비가 있으면 규제기관 감독하에 완벽하게 정비하고 운전에 들어가게끔 했다.
하지만 지난 9월 12일 밤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의 대형 지진은 원전 안전성에 또 다른 숙제를 안겨 주었다. 현재 가동 중인 24기 원전의 내진설계 기준은 0.2g로 6.5의 강진에도 견딜 수 있게 설계되었다. 현재 건설 중인 신고리 3, 4호기 및 신울진 1, 2호기는 0.3g를 적용하여 약 7.0 규모의 강진에도 견딜 수 있도록 내진성능을 보강했다. 원전은 안전과 국민의 신뢰가 생명이고 아무리 작은 불안이라도 허용하지 않는 안전시스템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인식해야 한다. 비록 한반도에서 규모 6.5 이상의 대형지진 발생 가능성이 낮다 하더라도 가동 중인 원전에는 어떤 빈틈도 없도록 해야 한다.
사용후핵연료 문제도 지난 7월 25일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이 확정되었고 관련 법률이 입법예고돼 앞으로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리를 위한 부지 선정, 중간저장시설 운영, 영구처분시설 가동 등 로드맵을 갖추게 되었다.
원자력계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내 원전산업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각은 여전히 우호적이지 않은 것 같다. 국내 원전에서 간혹 발생하는 발전소 정지의 경우는 안전설비와 무관한 경미한 설비고장인 경우에도 국민들은 여전히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듯하다. 원자력 안전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높아진 연유이며, 불신 원인을 제공한 우리 원전 종사자들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된다.
‘배중사영’(杯中蛇影·술잔에 비친 뱀)이란 말이 있다. 지나친 의심을 품고 스스로 고민한다는 뜻으로 불필요한 걱정거리로 좌불안석하는 경우를 말한다. 잘못된 정보 인식에서 비롯돼 진실이 감추어진 채 사실과 다른 정보가 확대 재생산되면 사회적 불신을 조장하게 된다.
국내 원전에 대한 국민의 인식 제고를 위해 원전 산업계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킨다는 사명감으로 더욱 각고의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원자력 산업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임천석 한전KPS 한빛3사업처장
[기고-임천석] 원자력산업이 도약하려면
입력 2016-12-16 1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