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가 양정웅(48)은 국내 연극계에서 손꼽히는 셰익스피어 스페셜리스트다. 그는 한국 전통 미학으로 풀어낸 연극 ‘한여름밤의 꿈’으로 2005년 영국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 참가해 호평받은데 이어 2006년과 2012년 각각 한국 연극 최초로 권위있는 런던 바비칸 센터와 글로브 극장에 초청받았다. 2014년에는 전통 연희에 담아낸 ‘햄릿’으로 시티 오브 런던 페스티벌 무대에도 섰다.
16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만난 그는 “글로브 극장에 갔을 때 평생에 걸쳐 셰익스피어 작품을 전부 올리겠다고 결심했다”면서 “지금까지 7편을 연출했는데, 과연 37개나 되는 작품을 모두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셰익스피어 400주년인 올해 그는 3편을 무대에 올렸다. ‘한여름밤의 꿈’ ‘페리클레스’에 이어 ‘로미오와 줄리엣’(내년 1월 15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이 그것이다.
그는 “1997년 극단 여행자를 창단한 뒤 이듬해 처음 연출한 셰익스피어 작품이 ‘로미오와 줄리엣’이었다. 이 작품만 벌써 5번째 연출이지만 매번 컨셉트가 달라진다”면서 “이번 공연은 출연진을 8명으로 줄였지만 원작에 가깝게 대사에 충실했다”고 설명했다.
대사를 줄이는 대신 이미지, 의상·음악·무대미술이 결합된 감각적인 미장센은 그의 트레이드마크였다. 하지만 극단 창단 20주년을 앞둔 그의 취향도 많이 변했다. 그는 “자신의 스타일을 평생 고수하는 예술가도 있지만 나는 세월의 변화에 따라 취향도 바뀌는 것 같다. 오랫동안 말을 줄인 이미지 연극을 해 왔지만 나이가 들수록 연극의 매력은 말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우리의 생각을 전달하는 수단은 결국 말이고, 셰익스피어는 이것을 잘 알았다”고 말했다.
현대적인 무대 위에 펼쳐지는 이번 작품은 원작을 그대로 살린 대사와 속도감 있는 영상으로 독특한 매력을 줬던 바즈 루어만의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을 떠올리게 한다.
영화 ‘동주’로 충무로 샛별이 된 박정민과 ‘클로저’ 이후 6년 만에 연극에 출연하는 문근영이 주역을 맡은 덕분에 티켓 판매는 진작에 완료됐다. 하지만 작품평은 그리 좋지 않다. 두 주역, 특히 문근영의 대사 소화 능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는 “두 배우 모두 셰익스피어 대사의 어려움을 알고도 도전했다. 몰입이 좋은 배우들이라 곧 자신만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연극 매력은 결국 ‘말’ 셰익스피어는 알았죠”
입력 2016-12-18 17: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