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일인 16일은 분당(分黨)의 분수령이 되는 중대 기점이다. 결과에 따라 당권 헤게모니가 완전히 한쪽으로 넘어가게 되는 치킨게임 양상이기 때문이다. 경선 결과는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문제에까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주류 친박(친박근혜)계와 비주류가 계파 명운을 건 전면전을 펼치는 이유다.
주류 측 정우택·이현재 후보와 비주류 측 나경원·김세연 후보는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중도모임에 참석해 표심 공략에 나섰다. 양 계파의 몰표가 예상되는 만큼 40∼50명의 중도파 의원 잡기에 사활을 건 것이다.
정 후보는 “화합과 상생으로 반드시 통합을 이뤄나가겠다”며 내분 봉합을 전면에 내걸었다. 그는 “당정 교감과 당내 소통에 적극 나서겠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반면 나 의원은 “사당화(私黨化)된 우리 당을 공당화(公黨化)시키고 그 과정에서 보수 가치를 다시 세우겠다”고 각을 세웠다. 그러면서 “이번 선거는 후보 개개인에 대한 호불호가 아니라, 당의 변화나 궤멸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했다.
친박계는 끈끈한 조직력에 기대고 있다. 친박계가 주도한 ‘혁신과 통합 보수연합’에 현역 의원 62명가량이 동참할 만큼 세가 줄어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서청원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찬성표를 던진 의원들을 향해 “여러 사정이 있다는 걸 이해한다”며 다독이고,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 둘만을 공격 대상으로 삼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친박계로 구성된 최고위원회도 21일 이정현 대표와 함께 동반 총사퇴하기로 결정했다. 조원진 최고위원은 “당의 화합과 보수 대통합, 개헌을 할 수 있는 중도 성향의 원내대표가 선출된다면 친박 해체는 물론 전면적인 2선 후퇴를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주류 친박계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전략이다. 정 후보도 “저는 중도”라고 했다.
비주류는 민심에 부응하는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 탄핵안 가결로 흐름을 탔다는 판단이다. 특히 당 지도부가 박 대통령 징계 결정을 막기 위해 윤리위원회에 친박계 인사를 증원한 문제로 중도파 의원들 상당수가 주류 측에서 돌아섰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날 사무처 당직자 70여명도 당대표 집무실을 항의 방문하며 ‘지도부 즉각 사퇴’와 ‘윤리위 원상 복구’를 요구했다. 지도부가 이를 거부하자 사무처는 오후 비상총회를 열고 당무 거부에 나서기로 결의했다. 보수 정당에서 당직자 파업이 현실화된 셈이다. 사무처 당직자 21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73.5%가 당무 거부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의 한 초선의원은 “윤리위 사태는 친박계의 치명적 자책골”이라고 했다. 나 후보는 정 후보를 향해 “서울역에 있는 보수단체 집회 때 연설도 한 것으로 안다. 친박 색채가 옅다는 말을 하실 때는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탄핵 정국에서 비주류 중심축으로 부상한 유승민 의원도 “최소한의 양심도 없이, 부끄러움도 모른 채 자신들의 정치생명을 지키기 위해 당도 나라도 망가뜨리고 있는 지도부의 모습은 절망적”이라며 “원내대표 경선에 친박이 후보를 낸다는 사실 자체도 이해할 수 없다”고 지원사격했다.
비주류 측은 원내대표 경선 승리를 발판삼아 주류 측의 비대위원장 선임까지 막겠다는 전략이다. 친박 진압에 실패할 경우 집단탈당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사진=최종학 선임기자
친박-비주류 ‘운명의 대결’… 중도파 선택에 달렸다
입력 2016-12-16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