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감시하고 통제? 중대한 反헌법적 사태”

입력 2016-12-16 00:00
국회 최순실 국정조사특위 4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조한규 전 세계일보 사장이 15일 박근혜정부의 양승태 대법원장 사찰 의혹 등을 담은 자료를 들어보이고 있다. 조 전 사장 옆자리에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앉아 있다(왼쪽 두 번째부터). 김지훈 기자

박근혜정부가 대법원장의 동향을 몰래 살폈다는 폭로에 대법원은 15일 “사실일 경우 중대한 반헌법적 사태”라고 격앙된 입장을 내놨다. 법관 사찰 의혹은 관망세를 보이던 사법부까지 국정농단 시국에 끌어들인 모양새가 됐다.

대법원 조병구 공보관은 “법관에 대한 일상적 사찰이 실제 이뤄졌다면 이는 사법부를 감시하고 통제함으로써 헌법과 법률,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하라는 헌법정신과 사법부 독립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조 공보관은 “사법권 독립이 논란의 대상이 된 현재 상황에 심각한 우려와 유감을 표명한다”며 “책임 있는 관련자들이 전후 경위를 명확히 해명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조한규 전 세계일보 사장이 이날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서 “청와대가 양 대법원장을 사찰했다”고 주장한 직후 조 전 사장이 지목한 청와대 보고문건의 내용 파악에 나서는 한편 긴급회의를 소집해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폭로를 접한 양 대법원장은 “굉장히 놀랄 일이다. 사실이라면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며 충격과 당혹감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양 대법원장은 “사법부 독립성이 침해당하거나 공정성이 의심받는 이런 사회적 논란과 물의 자체가 굉장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고 대법원은 전했다.

현 정부에서 청와대가 사법부 동향·성향을 조사하고, 사법 수뇌부의 인사에 관여하려 한 정황은 고(故)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비망록을 통해서도 드러나고 있다. 비망록에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주재한 회의에서 차기 대법관 후보를 놓고 지속적으로 사전검열을 한 정황,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1심 판결을 비판하는 글을 올린 부장판사에 대한 직무배제 방안 논의 정황 등이 기록돼 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청와대가 법원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닐 뿐 아니라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2014년 춘천지법원장 시절 사찰을 당한 것으로 지목된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은 “(조 전 사장이 밝힌) 문건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고 일부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왜 이런 내용이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글=나성원 양민철 기자 naa@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