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삐 풀린 美 금리 내년 세번 더 뛴다

입력 2016-12-15 18:19 수정 2016-12-15 21:43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겨 있다. 오른쪽은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14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준금리를 1년 만에 0.25% 포인트 올린다고 발표한 뒤 인상 이유를 설명하는 모습. 곽경근 선임기자, 신화뉴시스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미국은 예고대로 기준금리를 인상했고, 한국은행은 글로벌 시장 변화를 관망하기 위해 금리를 동결했다. 미국이 내년에 3회 이상 금리를 올릴 것이란 예측이 나오면서 한·미 간 금리 역전으로 인한 자본유출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14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상했다. 미국의 정책 기준금리는 0.25∼0.50%에서 0.50∼0.75%로 올랐다. 지난해 12월 0.25% 포인트 올린 뒤 1년 만의 인상이다.

연준은 또 내년도 기준금리를 세 차례 인상할 것임을 시사했다. 당초 2회 인상보다 통화 긴축 기조가 강화된 전망이다. 내년 3월 이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적극적 재정정책이 가시화되고 통화 팽창을 막는 재닛 옐런 연준 의장과의 갈등이 전면화할 경우 4회 이상 금리를 더 올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럴 경우 13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와 성장률 2%대 중반으로 예측되는 경기 침체에 시름하는 한국경제엔 재앙과도 같은 상황이 우려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미 연준의 결정을 지켜본 뒤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의결했다. 지난 6월 사상 최저치인 연 1.25%로 내린 뒤 6개월째 동결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시장 불안 진화에 힘썼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글로벌 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면 국내 주식·외환 등 금융시장뿐 아니라 가계·기업·금융 부문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필요할 경우 시장안정 조치를 단호히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기준금리와 별개로 시장금리는 계속 오른다. 은행연합회가 공시한 11월 중 신규 취급액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는 1.51%로 10월에 비해 0.1% 포인트 올랐다. 코픽스는 주택담보대출에 적용되는 금리인데, 석 달 연속 상승세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을 가장 우려한다. 김진방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이 기준금리를 네 차례 이상 올리게 된다면 우리도 따라 올릴 수밖에 없다”며 “부채가 한계치에 다다른 한계가구부터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8.8원 오른 1178.50원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가 시장 예상보다 빠를 수 있다는 관측에 달러 강세 기조가 지속됐다.

글=우성규 홍석호 기자 mainport@kmib.co.kr, 사진=곽경근 선임기자, 그래픽=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