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한규 전 세계일보 사장의 폭로는 2014년 ‘정윤회 문건유출 파동’ 당시 입수했던 8건의 파일 내용이다. 조 전 사장은 양승태 대법원장 사찰 의혹을 가장 ‘큰 건’으로 판단해 자료로, 정윤회씨에 대한 현직 부총리급의 거액 인사청탁 건은 구두로 보고받았다고 밝혔다.
국회 최순실 국정조사특위는 조 전 사장의 폭로에 대해 특별검사 수사를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이에 따라 2014년 불거졌던 ‘정윤회 파동’이 2년 만에 사법부에 대한 사찰 의혹과 고위 공무원 비리로 재점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정조사특위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박범계 의원은 15일 청문회에서 해당 문건 출처로 국가정보원을 지목했다. 양 대법원장과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을 다룬 두 문건이 거의 동시에 생산됐으며 파기 시한(2014년 2월 7일)이 정해져 있는 점, 문건 복사 시 국정원 ‘보안문자’가 드러나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해당 문건은 한 언론사가 양 대법원장에 대해 ‘등산 마니아인데 매주 금요일 일과시간 중 등산을 떠난다’는 비판 보도를 준비했다고 적시했다. 이어 “직원 대상으로 산행 동반자를 차출하다보니 불만이 생겨 언론에 제보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최 위원장에 대해선 “2012년 부임 후 관용차를 사적으로 사용하는 등 부적절한 처신을 하고 대법관 후보 추천을 앞두고 언론 등에 대놓고 지원을 요청했다”고 비판했다. 양 대법원장이 등산 마니아인 점을 감안해 강원지역 산행 일정도 도맡아 챙긴다고 썼다. 이어 “소설가 이외수씨 등 유명 인사와 친분을 구축하고, 법조계 인사와의 면담 등을 주선해 환심 사기에 적극 이용 중”이라고 지적했다.
조 전 사장은 문건 작성 이유로 “필요 시 사법부를 컨트롤하기 위해서로 보인다”며 “국정원의 대선 개입을 비판한 판사를 정직토록 하는 등 일련의 사태가 이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나머지 6건은 박근혜 대통령 친동생인 박지만 EG 회장의 가족사항과 불법 청탁, 이권개입 등 비위사실과 대기업 비리 사찰 문건이라고 말했다. 조 전 사장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기업이 손쉽게 돈을 내놓을 수 있었던 것도 청와대가 지속적인 대기업 사찰 결과를 근거로 활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조 전 사장은 현직 부총리급의 인사청탁에 대해서는 “당시 기자들과 함께 저도 취재를 했는데, 정씨가 부총리급 인사를 추천해 성사됐다는 것을 취재했다”고 말했다. 다만 해당 인사에 대해선 “취재 과정을 확인하고 팩트(사실)를 더 확인해야 하는데, 확인 과정 중에 (사장에서) 해임됐다”며 공개를 거부했다.
정부조직법 및 외교부 의전실무편람에 따르면 부총리급은 김용덕 중앙선거관리위원장, 감사원장(황찬현), 기획재정부 장관(유일호), 교육부 장관(이준식)과 정치권의 국회부의장(심재철 박주선)뿐이다. 관행적으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유호열)도 부총리급으로 대우한다. 이 중 2013년 임명된 황 원장을 제외한 나머지 인물들은 2015년 이후 임명됐다. 하지만 조 전 사장은 “황 원장은 아니다”고 말했다. 감사원도 “황 원장은 법관으로 공직생활을 해오면서 매년 재산등록을 해왔고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해 본인 재산, 신상 등을 검증받았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조 전 사장은 또 정윤회·최순실씨의 이혼에 대해선 “2014년 1월 ‘정윤회 문건’이 보고되자 2월에 박 대통령이 ‘두 사람 이혼하는 게 좋겠다’고 권유해 3월에 실제로 이혼했다”고 말했다.
강준구 고승혁 기자 eyes@kmib.co.kr
“사찰 문건, 사법부 컨트롤 위해 작성한 듯”조한규 추가 폭로
입력 2016-12-15 18:01 수정 2016-12-16 00: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