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수출업체 타격 불가피… 車·유화 ‘발등의 불’

입력 2016-12-15 18:17
미국이 1년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신흥국 수출에 기대를 걸어온 국내 기업들에 적잖은 타격이 우려된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최근 유가 상승 흐름과 신흥국 경기 회복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유가 상승 기조가 꺾이면 중동 산유국들이 타격을 받게 되고, 신흥국들은 금융불안으로 경기 회복이 지연돼 우리 수출업계 판로도 좁아지게 된다. 환율 상승에 따른 북미시장 가격경쟁력은 예상되지만 전반적으로 수출 타격을 우려하는 전망이 우세하다. 따라서 자동차, 석유화학, 일반기계 업종뿐 아니라 전자업계 등도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15일 ‘미국 금리 인상의 우리수출 영향’ 보고서를 통해 미 금리 인상이 신흥국 경기침체, 달러화 강세, 유가 하락 등을 유발해 수출업계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신흥국은 금리 인상으로 인해 달러화 강세가 자국 통화 약세로 이어져 구매력이 저하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올해 1∼10월 신흥국 수출 비중은 전체 수출의 57.1%로 절반을 상회하는 만큼 수출업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수출 회복세가 예상됐던 자동차, 석유화학 등엔 적신호가 켜졌다. 자동차 업계는 최근 유가 상승세가 이어지자 중동 및 아프리카 산유국들의 경기 회복에 따른 수출 증대를 기대했으나 미국의 금리 인상이란 복병을 만났다. 최근 유가 상승으로 실낱같은 희망을 가졌던 조선업계도 중동 산유국발 플랜트나 선박 발주가 늘어나지 못할 수 있어 고심하고 있다.

전자 업계는 신흥국 수출에 타격이 불가피하지만 달러화 강세가 되면 북미시장에서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현지 구매력 증가로 인한 수요 확대로 이어질 수 있어 득실을 따져보고 있다. 석유화학 업계는 금리 인상으로 인한 석유화학 제품 인상 지연이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다만 선진국의 경기회복세가 확대되고, 유가 상승으로 경제 요건이 좋아진 의료기기, 섬유 등은 호재가 예상됐다. 항공업계는 외화 부채의 부담이 커지는 것을 우려하며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무역협회가 금리 인상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 연 수출 50만 달러 이상 회원사 587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기업 중 34.2%가 부정적 입장을 내놨으며 긍정적이라고 답한 기업은 24.9%에 그쳤다. 기업 규모별로는 대기업 45.8%, 중소기업 32.3%가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긍정적으로 예상한 중소기업(25.0%), 대기업(18.1%) 비율보다 높았다.

중소기업계도 노심초사하고 있다. 중소기업계는 성명을 통해 “이번 인상으로 시중금리가 오름세로 돌아설 경우 중소기업 대출이자 부담이 늘어나 수익성 저하에 시달리는 영세 중소기업들이 재무구조 악화 등 경영난이 가중될 수 있다”며 “경제적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금리 인상이 미국 고용시장 개선과 물가 상승 전망, 소비심리 개선 등을 반영한 점을 고려하면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국제무역연구원 김경훈 수석연구원은 “이번 미국의 금리 인상 배경에는 고용 극대화와 물가 안정이 있었다”며 “미국의 수입량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의 정책기조인 보호무역주의 확대가 향후 수출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