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야3당, 핑퐁게임… 야 ‘3대1 회동’ 제안에 ‘1대1 회동’ 역제안

입력 2016-12-15 18:05 수정 2016-12-15 21:34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15일 오후 경기도 광명시 소하1동 행정복지센터를 찾아 지역주민, 센터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광명=이병주 기자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야당이 주도권을 잡기 위한 ‘핑퐁게임’에 들어갔다. 야3당의 ‘3대 1’ 회동 제안을 황 권한대행이 정당별 ‘1대 1’ 회동으로 역제안하며 기존 제안을 사실상 거부했다. 야3당은 “부적절하다”고 맞받아치면서도 미묘한 입장 차이를 드러냈다.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 미국 금리 인상 등 현안이 즐비한 상황에서 양측이 기싸움에만 몰두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황 권한대행은 15일 “현재 정치적 상황으로 여·야·정이 함께 만나는데 시간이 소요된다면 조속히 만날 수 있는 정당별로 회동해 의견을 나누는 방안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3당이 13일 제안한 야3당과의 회동 제안을 정당별 회동으로 바꿔 제안한 것이다.

총리실은 정세균 국회의장 및 각계 원로 회동에서 나온 조언 등을 감안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총리실 관계자는 “기존 제안은 그대로 두되 우리가 생각했을 때 더 나은 방법이라 생각한 것을 제안한 것”이라고 밝혔다.

찬·반 입장을 밝히진 않았지만 야3당 제안을 사실상 거부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여당이 분당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야3당과 먼저 협의 채널을 만들 경우 국정 운영 주도권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때문으로 분석된다. 야당이 역사 교과서 국정화, 위안부 합의 같은 ‘박근혜표 정책’에 대한 재검토 입장을 분명히 한 상황에서 지원군 없이 협의를 시작했다가는 무작정 끌려가는 상황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야당의 회동 제안을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하면서도 3대 1보다 부담이 적은 방식을 택했다는 분석이다. 총리 문제 등에서 보듯 야3당의 입장이 언제든 미묘하게 갈릴 수 있다는 점을 감안했다는 시각도 있다.

황 권한대행의 역제안은 야3당을 2대 1로 갈라놨다. 민주당과 정의당은 곧바로 거절했지만 국민의당은 수용했다. 민주당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국정 안정화와 수습을 위해 국회와 권한대행이 함께 민생경제도 챙기고, 당면 현안을 협치해 끌어가자는 것이었는데 쪼개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도 “또 야당을 갈라치겠다는 얄팍한 발상”이라며 “이런 국회 경시, 야당 무시는 박근혜 대통령과 판박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여·야·정 협의체로 만나는 게 바람직하지만 새누리당 때문에 안 될 경우 각 당과 협의할 수 있다”고 수용 의사를 드러냈다.

황 권한대행이 야3당과의 회동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20∼21일로 예정된 국회 대정부 질문 출석 문제에 대한 야당 대응도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황 권한대행 측은 이날까지도 “전례가 없다”는 종전 입장을 되풀이하며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글=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