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은 예고된 이벤트였다. 연준 위원들은 14일(현지시간) 전원일치로 정책금리를 0.25% 포인트 올리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12월 제로금리(0.00∼0.25%)에서 탈출할 때와 마찬가지로 시장 참가자들이 100% 확신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막판에 결행했다. 앞으로의 관건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새로 출범하는 내년에 연준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금리를 올릴 것이냐다.
우선 연준 위원들이 공개한 점도표(Dot Chart)를 봐야 한다. 금리 결정권을 가진 위원 17인이 직접 2017년 말, 2018년 말, 2019년 말 등의 기준금리 구간을 예측해 ‘점’으로 찍은 도표다. 분기별로 공개되는데 이날엔 2017년 말 금리가 1.25∼1.50%로 예측된다는 위원이 6명으로 가장 많았다. 0.25% 포인트씩 올린다고 가정할 경우 내년도에 총 3회 인상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1.50% 이상으로 점을 찍어 내년도 4회 이상의 금리 인상을 예측한 위원도 5명이나 된다. 9월과 견줘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예측하는 위원도 늘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글로벌 금융시장 각자도생의 신호탄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 침체로 금리를 내릴 때는 나라별로 나와 남이 없었다. 일제히 금리를 빠르게 내리는 ‘커플링’(동조화) 현상을 보였다. 반면 금리를 올릴 때는 개별 국가 상황이 우선이다. 지금은 미국만 3분기 성장률이 3.2%를 기록하는 등 홀로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놀랄 실적)를 기록 중이다. 안동현 자본시장연구원장은 15일 “경기 침체란 수렁엔 같이 빠져 일제히 금리를 내렸는데, 미국만 지표가 좋아져 홀로 올라올 수 있는 상황”이라고 표현했다.
주목할 시기는 내년 3월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인선이 마무리되고 적극적 재정정책이 쏟아지면서 인플레이션 조짐이 나타날 수 있다. 하나금융투자 김두언 선임연구원은 “옐런 의장과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갈등으로 배가 산으로 갈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에서 저금리 부작용에 초점을 맞춘 언급이 계속해서 나온다면 2017년 말까지 5회 인상도 가능하다는 관측이다. 이 경우 달러 강세는 본격화되고 국제 금리는 급등하며 한국을 비롯한 중국 인도네시아 중남미 등 신흥국 시장에서 외국계 자금 탈출 러시도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도 한국 성장률이 2% 중반대인 경기 침체 상황에서 미국의 금리가 올라가고 자본유출 속도가 더 빨라진다면 한국경제는 또다시 수렁으로 빠지게 된다.
문제는 부동산 경기부양을 위해 초저금리 정책을 지속한 한국은행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리를 낮추자니 1300조원을 돌파한 가계부채 확대와 자본유출 우려가 등장하고, 올리자니 경기 침체에 대응할 수 없는 위치다. 한은은 이를 반영한 듯 이날 금융통화위원 전체 일치로 금리를 동결했다.
한은은 내년에도 금리 동결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단, 미국이 급격한 인상 시나리오를 택하지 않는 조건에서다. 대신 금융중개지원대출 등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방법을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통화정책의 빈 자리는 정부의 적극적 재정 집행이 메워야 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유일호 부총리가 상반기 중 예산 조기 집행을 언급했는데, 이걸 1분기로 좀 더 당겨서 집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美, 금리인상… 한국경제 후폭풍 얼마나] 긴축의 시대… 거꾸로 가는 韓사면초가
입력 2016-12-15 18:11 수정 2016-12-16 0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