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수 “미르·K 첩보에 뒷감당 어떻게 하려고 하나 생각”

입력 2016-12-15 18:01

이석수(사진) 전 특별감찰관이 지난 4월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첩보를 접하고 “도대체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하나 생각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두 재단이 과거 군사정권 시절 육영재단·일해재단과 비슷하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했다.

이 전 감찰관은 15일 국회 최순실 국정조사특위 4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자리에서 “지난 4월 두 재단에 대한 첩보 보고가 있어서 내용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첩보 내용에 대해 “전경련 소속 재벌 기업들에 몇 백억원 모금을 해서 재단 두 개를 만들었는데, 거의 비슷한 형태로 돼 있고 모금 과정에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관여됐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두 재단 모금에 재벌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것도, 재단이 안 전 수석의 영달이나 노후를 위해 만든 것도 아닌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 전 감찰관은 지난 8월 29일 사의를 표명한 이후 3개월여 만에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전 감찰관은 ‘당시 대통령이 관여했다고 생각했느냐’는 국민의당 이용주 의원 질문에 “그럴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며 “(미르·K스포츠재단이) 육영재단이나 일해재단과 비슷한 구조를 가진 게 아닌가 생각했다”고 말했다. 육영재단은 1969년 박정희 대통령 부인 육영수 여사가, 일해재단은 1983년 전두환 대통령이 각각 설립한 재단이다. 두 재단 모두 대통령이나 대통령의 가족이 민간 기업으로부터 모금을 통해 설립됐다.

이 전 감찰관은 “재단의 실질적인 주인이 누구인지 확인 작업을 진행했다”면서도 최순실씨와의 연관성에 대해선 “7월 이전에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최씨의 국정농단에 대해선 “최순실이라는 사람은 알고 있었지만 최씨의 국정 관여는 이 사태가 벌어지기 전까지는 파악하지 못했다”고 했다.

청와대가 지난 9월 자신의 국감 증인 출석 전날에야 사표를 수리한 것에 대해 이 전 감찰관은 “증언도 못하게 하고 혹시라도 이후에 두 재단에 대한 특별감찰에서 무슨 조치를 할 것을 우려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 뒤에서 다른 의사결정을 한 분이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