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씨가 지난 10월 말 귀국을 앞두고 청와대의 K스포츠재단 기부금 모금 개입을 은폐하려 한 정황이 담긴 새로운 육성파일이 추가 공개됐다.
국회 최순실 국정조사특위 위원인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15일 4차 청문회에서 최씨와 K스포츠재단 노승일 부장 간 국제전화 통화내용을 추가 공개했다. 최씨는 노 부장에게 청와대 개입 정황 은폐를 구체적으로 지시했다. 최씨는 “우리는 뭐 SK에서 (우리에게) 지시받고 그런 적이 없고 한 번 부탁을 해보라”며 검찰 수사를 대비한 ‘입맞추기’를 시도했다. 이어 “그건 얘기를 좀 짜보고, 그리고 그쪽(정현식 전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에서 안종범 수석하고 얘기를 했다는데 그게 말이 되느냐”며 채근했다.
최씨와 노 부장의 통화시점은 정 전 사무총장이 언론 인터뷰(10월 26일)에서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지시로 SK그룹에 80억원을 요구했다”고 폭로한 다음날 새벽이다.
최씨는 정 전 사무총장의 폭로에 당황한 기색도 드러냈다. 그는 “사무총장이 뭐라고 얘기했다는 거야, 그럼 내가 SK를 들어가라고 했다고?”라고 물었다. 노 부장은 “네, 회장님이 지시를 했고, 박헌영 과장이 기획서를 만들고, 박 과장과 정 사무총장이 기업을 방문했고 안 수석이 ‘잘 됐냐’고 확인전화가 왔다는 것을 다 얘기한 겁니다. 가장 중요한 부분들을”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최씨는 “그럼 어떻게 해요. 국가(국감) 그걸로 가겠네?”라고 우려했다. 최씨가 말한 ‘국가’는 당시 마무리 중이던 ‘국감’(국정감사)을 잘못 발음한 것으로 보인다.
최씨가 “왜 정현식 총장이 얘기한 거를 못 막았어?”라고 질책하자, 노 부장은 “정동춘 이사장님하고 김필승 이사님도 막으려고 했는데 본인이 너무 완고해가지고”라고 해명했다. 그러자 최씨는 “에휴”라고 한숨을 쉬었다.
최씨가 안 전 수석을 하대하는 듯한 발언도 나왔다. 최씨는 “그 사람(정 전 사무총장)이 무슨 감정으로 얘기를 했는지 안은 지금 뭐라 그러던데요?”라고 물었다. 안 전 수석을 ‘안’이라고 지칭한 것이다.
최씨는 또 검찰이 재단 관계자의 ‘대포폰’을 압수수색했다는 소식에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최씨는 K스포츠재단 박헌영 과장을 지칭하며 “걔는 쓸데없는 얘기 뭐하러 해. 그거, 그 폰 그거 냈대요?”라고 물었다. 노 부장이 “그 폰을 제출했는지 어쨌는지 아직 모르겠다”고 답하자 “큰일 났네. 뭐라고 얘기해야 돼”라고 말했다. 박 과장은 최씨와 더블루케이 고영태 전 이사의 요청으로 3대의 대포폰을 개설해 자신과 고 전 이사, 장순호씨가 썼다고 증언했다. 최씨는 통화에서 “고(고영태)는 왜 귀국했대?”라고 묻기도 했다.
최씨 조카 장시호씨가 설립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전무를 맡아 이권 개입 의혹이 제기된 이규혁 전 스피드스케이트 국가대표는 “장씨는 중학교 후배였을 뿐 최씨 조카라는 사실은 전혀 몰랐다”고 했다.
최승욱 고승혁 기자applesu@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
崔 “지시 받은 적 없다고 SK에 부탁 해보라” 은폐 지시
입력 2016-12-15 18:01 수정 2016-12-15 21: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