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청문회장에 최경희 전 총장을 비롯한 이화여대 교수 5명이 나란히 출석했다.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입학 및 학사 특혜를 추궁하는 질문이 쏟아졌지만 이들은 하나같이 “특혜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의원들에게서 “얼굴에 철판 깔고 나왔느냐”는 말을 들을 만큼 모르쇠로 일관했다. 교수들이 부인한 내용은 교육부가 특별감사를 벌여 이미 사실로 확인한 것들이다. 교육부는 지난달 감사 결과를 발표하며 ‘짜고 치는 도박판’을 방불케 했던 체육특기자 수시전형 실태를 공개했다. 입학처장은 면접 전날 면접관에게 “금메달리스트를 뽑으라”고 했고, 정씨는 면접관 앞에서 금메달을 꺼내 보였다. 교육 당국이 입학 취소를 요구하고 관련 교수들을 검찰에 고발까지 한 사안인데, 말을 맞추기라도 한 듯 일제히 부인하는 모습은 이것이 한국 지성의 민낯인가 싶어 서글픈 생각까지 들게 했다.
권력의 부정과 비리를 파헤치는 자리에 교수 5명이 나란히 앉은 모습은 한국 대학의 추락한 현실을 여실히 보여줬다. 대학의 기능은 교육과 연구에 있다. 언제부턴가 우리 대학은 교육도, 연구도 아닌 ‘외형’에 집착해 왔다. 건물을 짓고 정원을 늘리고 덩치를 키워 대학 순위를 높이는 일, 그래서 학생과 등록금을 더 많이 확보하는 데 몰두했다. 이런 추세가 교육의 양극화를 제어하려는 등록금 규제에 부닥치자 정부 지원금에 매달렸다. 지원금을 좌우하는 권력에 얽매이길 자처한 행태가 결국 정유라 사태를 초래한 것이다. 최씨가 이화여대에 딸을 입학시키고 학사를 좌지우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권력의 횡포와 함께 교육기관이기를 포기한 대학의 문제가 있다. 그토록 많은 젊은이들이 촛불집회에 참여한 이유 중 하나는 공정하지 못한 현실이 바로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적어도 입시만큼은 공정하리라 여겨 열심히 공부하고 결과에 수긍했던 이들에게 이화여대는 배신감을 안겼다. 생중계된 청문회에서 이를 “모른다”고 발뺌한 교수들은 또 하나의 비교육적 행태를 학생들에게 보이고 말았다.
청문회는 이렇게 끝났지만 사실은 끝까지 밝혀내고 책임을 확실하게 물어야 한다. 이화여대의 입시·학사 부정에 대한 검찰 수사는 어느 때보다 엄정하게 진행돼야 할 것이다.
[사설] 梨大 교수들의 모르쇠… 대학의 민낯이 서글프다
입력 2016-12-15 1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