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대선 앞두고 ‘육영수 기사’에 3억 낸 전경련

입력 2016-12-16 00:01
2012년 대통령 선거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게 유리한 특집기사를 쓴 한 언론사에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수억원의 협찬금을 준 사실이 민사재판 과정에서 드러났다. 이 언론사는 전경련의 협찬금으로 보수단체인 고엽제전우회에 자사(自社) 월간지를 무료로 배포했다. 어버이연합 등에 자금을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는 전경련이 4년 전에도 보수정권 출범을 위해 금전적 지원을 한 것이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모 월간지를 발행하는 A사 취재국장 S씨는 제18대 대선을 4개월 앞둔 2012년 8월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의 모친인 고(故) 육영수 여사 특집기사를 기획했다. 박 후보의 지지 세력을 넓히려면 고엽제전우회 회원들이 자녀 세대를 설득하는 데 쓸 콘텐츠가 필요하다는 이유였다.

A사는 특집기사가 실린 월간지를 고엽제전우회에 10만부 이상 팔려 했지만, 전우회 측 자금 문제로 무산 위기에 처했다. A사 대표이사 K씨는 손길승 전경련 명예회장을 찾아갔다. K씨는 “육 여사 특집기사를 실어 고엽제전우회에 2만5000권을 무료 배포할 계획”이라며 “판매대금 3억원을 협찬해 달라”고 요청했다. 손 명예회장은 이를 받아들였다. 전경련은 판매 협찬금 명목으로 A사에 2억원을 지급했다. 한 달 뒤엔 SK텔레콤과 SK이노베이션이 A사에 광고료로 1억원을 추가 지급했다.

이 같은 사실은 S씨가 회사를 상대로 “3억원에 대한 인센티브를 달라”는 소송을 내면서 세상에 드러났다. S씨는 “기자에게 광고 판매금의 25%를 수당으로 주는 약정에 따라 7500만원을 달라”는 소송을 냈다.

법원은 S씨의 주장을 기각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단독 김진환 판사는 A사가 S씨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A사의 승소로 판결했다. 김 판사는 “전경련의 판매대금 협찬은 K씨가 손 명예회장을 만났기 때문”이라며 “S씨는 특정 후보자의 당선을 위해 유리한 기사를 작성해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지적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전경련이 차명계좌를 통해 보수단체 어버이연합을 부당 지원한 의혹에 대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양민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