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대통령 선거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게 유리한 특집기사를 쓴 한 언론사에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수억원의 협찬금을 준 사실이 민사재판 과정에서 드러났다. 이 언론사는 전경련의 협찬금으로 보수단체인 고엽제전우회에 자사(自社) 월간지를 무료로 배포했다. 어버이연합 등에 자금을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는 전경련이 4년 전에도 보수정권 출범을 위해 금전적 지원을 한 것이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모 월간지를 발행하는 A사 취재국장 S씨는 제18대 대선을 4개월 앞둔 2012년 8월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의 모친인 고(故) 육영수 여사 특집기사를 기획했다. 박 후보의 지지 세력을 넓히려면 고엽제전우회 회원들이 자녀 세대를 설득하는 데 쓸 콘텐츠가 필요하다는 이유였다.
A사는 특집기사가 실린 월간지를 고엽제전우회에 10만부 이상 팔려 했지만, 전우회 측 자금 문제로 무산 위기에 처했다. A사 대표이사 K씨는 손길승 전경련 명예회장을 찾아갔다. K씨는 “육 여사 특집기사를 실어 고엽제전우회에 2만5000권을 무료 배포할 계획”이라며 “판매대금 3억원을 협찬해 달라”고 요청했다. 손 명예회장은 이를 받아들였다. 전경련은 판매 협찬금 명목으로 A사에 2억원을 지급했다. 한 달 뒤엔 SK텔레콤과 SK이노베이션이 A사에 광고료로 1억원을 추가 지급했다.
이 같은 사실은 S씨가 회사를 상대로 “3억원에 대한 인센티브를 달라”는 소송을 내면서 세상에 드러났다. S씨는 “기자에게 광고 판매금의 25%를 수당으로 주는 약정에 따라 7500만원을 달라”는 소송을 냈다.
법원은 S씨의 주장을 기각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단독 김진환 판사는 A사가 S씨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A사의 승소로 판결했다. 김 판사는 “전경련의 판매대금 협찬은 K씨가 손 명예회장을 만났기 때문”이라며 “S씨는 특정 후보자의 당선을 위해 유리한 기사를 작성해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지적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전경련이 차명계좌를 통해 보수단체 어버이연합을 부당 지원한 의혹에 대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양민철 기자
2012년 대선 앞두고 ‘육영수 기사’에 3억 낸 전경련
입력 2016-12-16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