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이 삼성화재를 꺾고 ‘관중 1000명 간식 내기’에서 웃었다.
V-리그 붐업을 위해 다양한 이벤트와 마케팅을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은 이번 시즌 3차전에서 패한 팀이 4차전에서 관중 1000명 분의 간식을 제공하기로 약속했다. 양 팀은 15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시즌 세 번째 맞대결에서 자존심 대결을 벌였다. 결과는 현대캐피탈의 3대 0(25-20 25-22 25-21) 승리. 삼성화재는 오는 28일 오후 7시 현대캐피탈의 홈코트인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리는 4차전에서 관중 1000명에게 2000원 상당의 고급 과자를 제공할 예정이다.
현대캐피탈의 ‘쌍포’ 문성민(19점)과 톤(13점)은 32점을 합작하며 맹활약했다. 특히 문성민은 2세트에서 팀이 18-19로 뒤져 있는 상황에서 서브 에이스를 성공시켜 역대 통산 첫 서브 성공 200개에 한 개 만을 남겨 뒀다. 삼성화재에선 외국인선수 타이스(20점)와 박철우(11점)이 분전했지만 한 세트도 따내지 못하고 무너졌다. 서브 실패와 고비에서 잇따른 실책이 패인이었다. 현대캐피탈은 범실을 18개 기록했지만 삼성화재는 24개나 쏟아냈다.
한국의 배구 역사는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이 주도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 두 팀의 맞대결은 1955년 동갑내기인 신치용(전 삼성화재 감독)과 김호철(전 현대캐피탈 감독)의 라이벌전으로 팬들의 관심을 끌었다. 슈퍼리그 9연패와 V-리그 8회 우승을 달성한 신 감독은 김 감독을 압도했다. 김 감독은 2005-2006, 2006-2007 시즌 챔피언에 오르며 신 감독의 대항마 역할을 했다.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은 2015-2016 시즌 각각 임도헌, 최태웅 체제를 맞았다. 공교롭게도 임 감독은 현역 시절 현대캐피탈의 주포로, 최 감독은 삼성화재의 주전 세터로 활약했다. 2002년 은퇴한 임 감독은 캐나다에서 연수를 한 뒤 2006년부터 10년간 삼성화재 수석코치로 신 감독을 보좌했다. 이어 2015년 5월 제2대 삼성화재 사령탑에 올랐다. 최 감독은 1999년 한양대를 졸업하고 삼성화재에 입단해 2010년 6월까지 ‘삼성화재 왕조’를 이끌었다. 2009-2010 시즌 종료 후 삼성화재가 박철우를 FA(자유계약선수)로 영입하면서 최 감독은 현대캐피탈에 보상 선수로 지명돼 이적했다.
지난 시즌 현대캐피탈은 삼성생명전에서 5승1패라는 압도적인 성적을 거뒀다. 2005 시즌 2승2패, 2006-2007 시즌 3승3패를 제외하면 현대캐피탈을 거의 매 시즌 삼성화재에 열세를 보였다. 최 감독은 지난 시즌 몰빵배구 대신 전원이 공격과 수비에 참여하는 스피드배구로 팀 체질을 개선해 후반기 18경기를 모두 승리로 장식하는 기염을 토했다. 현대캐피탈은 2008-2009 시즌 이후 처음으로 지난 시즌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반면 임 감독은 지난 시즌 정규리그 3위에 그쳐 웃지 못했다.
이번 시즌에도 삼성화재는 현대캐피탈과의 상대 전적에서 3패로 고전하고 있다. 지난 시즌까지 포함하면 6연패를 기록 중이다. 현대캐피탈은 11승5패(승점 32)로 1경기를 덜 치른 대한항공(승점 31)과 한국전력(29점)을 제치고 3위에서 1위로 도약했다. 삼성화재는 7승8패(승점 24점)로 4위를 유지했다. 안팎에서 치열하게 싸우며 적대 관계를 유지해 왔던 두 팀은 이제 ‘V-클래식 매치’를 통해 상호 협력과 공생의 시대를 열어 가고 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겨울 달구는 ‘V-클래식 매치’
입력 2016-12-15 18:34 수정 2016-12-15 21: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