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오의 팔복수훈] 무너진 도덕 현상들과 마음의 청결

입력 2016-12-16 20:51
AI가 확산되면서 살처분 되는 가금류 수가 1500 만 마리를 넘어섰다. 사진은 지난달 24일 충남 천안시 동면의 한 육용오리 사육농가에서 초동방역팀이 긴급방역 조치에 나서고 있는 모습. 뉴시스
우리 사회 지도층은 무너진 도덕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 주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로 시작된 도덕 불감증과 무규범의 행태가 도처에서 발견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가수반으로서 헌법과 법률을 어겼고, 국민의 신뢰를 저버렸다. 그는 국정농단의 실체가 베일을 드러낼 즈음, 깨끗이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했어야 했다.

그러나 수차례 거짓 해명과 말뿐인 사과로 일관했다. 전 국민 앞에서 한 약속을 너무나 쉽게 뒤집고, 궁지에 빠지면 모면하기에 급급했다. 탄핵 가결 후에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억울하며 피눈물 난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대통령의 도덕성은 땅에 떨어졌고 그의 리더십은 처참하게 무너졌다.

최순실 게이트에 관련된 비선실세들의 부도덕한 모습도 박 대통령 태도와 크게 다를 바 없다. 명백한 증거가 나왔음에도 발뺌하기에 급급하고, 서로의 관계를 전면 부인했다. 그들에게선 애초부터 진실이나 정직이란 말 자체를 찾기가 힘들었다. 이렇게 나가다간 사건의 진실이 드러나지 않을 것이란 자괴감이 들 만큼 국민들은 큰 실망과 무력감을 느꼈다.

집권여당인 새누리당 지도부의 행태 역시 오십보백보다. 그들은 도덕적으로 무너진 박대통령을 바로 세우려 하기보다는 정치적 셈법 속에 친박, 비박으로 갈라져 동료를 무차별 비난하고 내치기에 급급하다. 정치 도덕의 가능성은 일말도 찾아보기 어려운 형국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런 정치적 혼란기에 몰아친 조류인플루엔자(AI) 피해도 어마어마하다. 피해가 전국으로 번져 나가며 ‘살처분’ 되는 가금류 수가 무려 1000만 마리에 육박했다. 매우 가슴 아픈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 메르스 발생 때와 똑같은 실수를 반복해 초동 대처에 실패하고 말았다. 조류인플루엔자 대처 주무부서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리더십은 아예 실종된 것인지. 그는 일전에 도덕성 논란으로 국회에서 해임건의안까지 받았던 장본인이다.

도덕은 사회를 세우는 주춧돌이다. 법도 중요하지만 도덕이 법에 우선한다. 도덕 위에 법이 세워져야 건실한 사회가 된다. 도덕은 또한 사회의 건강을 재는 바로미터다. 사회가 건강하지 못하면, 자연스럽게 도덕이 해이해진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현실에 비춰 볼 때 도덕성 결여가 가장 심각한 계층은 안타깝게도 사회 지도층이라 할 수 있다.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가치관 혼란과 아노미 현상은 매우 심각한 상태다. 그들은 국민들 앞에 서서 거짓 불신 불의 이기심 억압 폭력을 사회 전체에 뿌렸고, 갈등과 분열을 획책하고 있다.

예수님은 팔복 중 여섯번째 복에 대해 이렇게 말씀하셨다. “마음이 청결한 사람이 복이 있고, 그런 사람이 하나님을 볼 것이다.”(마 5:8) 예수님은 마음이 깨끗한 사람을 찾으셨다. 여기서 마음은 지정의(知情意) 모두를 지칭한다. 마음의 깨끗함이란 사고에 있어서 바르고 올곧음을 뜻하고, 행위에 있어서 동기의 순수성을 의미하며, 감정에 있어서 한결같은 고움을 뜻한다.

마음의 청결은 인간 삶의 핵심이다. 인간다움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알려준다. 예수님은 이어서 마음이 청결한 자가 창조주와 구원주가 되시며 심판주가 되시는 하나님을 보게 된다고 말씀하셨다. 성 오거스틴 역시 그리스도인이 가질 최고의 복은 세상에서 하나님을 보는 것이라 했다.

캐나다의 교육철학자 제임스 레이드는 이런 경구를 남겼다. “마음이 깨끗지 않은 자는 자신의 삶을 밖에서 스테인드글라스로 보는 사람과 같다. 마음이 깨끗한 자는 자신의 삶을 내면으로부터 진실하고 순수하게 본다.”

사람이 하나님을 보지 못하는 것은 하나님을 보지 못할 만큼 마음이 어둡고 깨끗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 서로를 쳐다보며 한국사회 속에서 하나님이 주신 사랑, 정의와 평화의 가치를 찾을 수 있겠느냐고 한탄하고 있다. 도덕의 폐허 위에 선 사회현실에서는 하나님을 볼 수 없다. 혼란한 시국과 불확실성의 시대에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급선무로 행할 삶의 자세는 마음의 청결이다.

강병오 <서울신학대 교수·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