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급식도우미 노인들에게 점심 못준다는 학교… ‘야박한 급식 인심’에 서운한 노인들

입력 2016-12-16 04:07

초등학교 급식도우미로 일하는 노인들이 야박한 인심에 울상을 짓고 있다.

지난달 14일 서대문구청 게시판에는 ‘초등학교 급식도우미 어르신들에게 식사 제공을 부탁드린다’는 민원이 올라왔다. 한 초등학교에서 급식을 돕는 노인들이 같이 식사를 하지 못하도록 지원을 중단했는데, 다시 밥을 먹을 수 있게 해달라는 내용이었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노인일자리사업 유형을 10개에서 19개로 늘렸다. 초등학교 급식도우미도 포함됐다. 급식도우미는 점심시간 학교에 가서 학생들의 식판에 밥과 반찬을 나눠 담는 일을 한다. 월 30시간 일하면 정부 보조금 형태로 20만∼21만원씩 받는다. 서울시내 25개 자치구 대부분에서 시행하고 있다.

지자체에서는 별도로 식사나 식비를 제공하지 않는다. 일부 학교에서는 배식을 마친 뒤 급식도우미 노인들도 식사를 하도록 배려하고 있지만, 위생이나 비용 때문에 점심을 제공하지 않는 곳이 많다. 서대문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배식을 돕고 있는 김모(71·여)씨와 한모(69·여)씨는 “다른 학교에서는 선생님, 학생들과 같이 점식식사를 하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아서 서운하다”고 토로했다. 점심시간을 넘긴 오후 1시에도 김씨와 한씨는 끼니를 거른 상태였다.

강북구청의 한 관계자는 “급식은 학교 재정으로 충당하는 데다 보건복지부에서 지급하는 근로비에는 점심값이 포함돼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강동구청 관계자는 “관련 민원이 종종 들어오지만 이를 학교에 강요할 수도 없는 일”이라고 토로했다.

학교들은 위생을 이유로 든다. 식품위생법상 잔반은 폐기하는 것이 원칙이고, 노인들이 남은 음식을 싸갔다가 혹시 탈이 나면 고스란히 학교 책임으로 돌아온다.

일부 학교에서는 급식도우미 노인들이 직원들과 함께 점심을 먹는다. 동대문구의 한 초등학교 영양사는 “식사 때인데 어르신들만 매정하게 못 먹게 하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해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생을 이유로 식사시간에 급식도우미 노인들을 배제하는 것이 지나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구인회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배식 후 같이 식사하는 것은 사회의 일반적 상식이고 최소한의 존중”이라며 “보건상 또는 경제적 차원의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보편적인 상식, 공동체 의식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조치”라고 지적했다.

글=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삽화=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