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거물 만난 트럼프 “핫라인 열어 적극 도울 것”

입력 2016-12-16 00:0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가운데)이 14일(현지시간) IT 기업 대표 13명과 미국 뉴욕 트럼프 타워 25층에서 '테크 서밋'을 갖고 있다. 왼쪽부터 페이스북 COO 셰릴 샌드버그, 마이크 펜스 부통령 당선인, 트럼프 당선인, 페이팔 공동창업자 피터 틸, 애플 CEO 팀 쿡. AP뉴시스

선거기간 동안 대립각을 세웠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실리콘밸리 IT 기업 대표들이 만났다. 서로 덕담을 건네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지만 밀월관계가 지속될지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남는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은 트럼프와 IT 기업 대표 13명이 1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 있는 트럼프 타워 25층에서 ‘테크 서밋’을 가졌다고 보도했다. 이 자리는 실리콘밸리 기업인 중 유일하게 트럼프를 지지했던 피터 틸 페이팔 공동창업자 겸 페이스북 이사가 주선했다.

아마존 제스 베조스, 애플 팀 쿡, 알파벳 래리 페이지·에릭 슈미트, 마이크로소프트 사티아 나델라, 테슬라 일론 머스크, 인텔 브라이언 크로자니크, IBM 지니 로메티 등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직사각형 테이블에 둘러앉아 미국 내 고용 증대, 중국 시장, 감세, 해외 자산 이전, 인프라 건설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트럼프 당선인을 중심으로 오른쪽엔 마이크 펜스 부통령, 왼쪽에는 피터 틸이 자리를 잡았다.

트럼프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여러분만한 사람이 없다”면서 “여러분이 하는 일이 잘되도록 최선을 다해 돕겠다. 나는 여러분을 위해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필요할 때 언제라도 전화를 하라며 ‘핫라인’을 열어두겠다고 했다. 트럼프 측은 이 모임을 분기에 한 번 정례화하자고 제안했다고 WSJ은 전했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만남이 생산적이었다”면서 “전 산업 영역에서 혁신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 트럼프 정부의 핵심 가치라는 걸 공유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아이폰 생산 공장을 중국에 둬 고용 창출을 안 한다고 트럼프에게 비판을 받았던 쿡은 “정부의 목표를 위해 애플이 뭘 할 수 있는지 논의하고 싶다”고 언급했다. 쿡과 머스크는 별도로 트럼프와 개별 면담을 했다.

하지만 트럼프와 실리콘밸리가 화해를 했다고 보긴 이르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지난 8년간 오바마 정부의 자유무역, 망중립성, 느슨한 반독점 규제 등 정책적 지원을 업고 급성장했는데 트럼프 정부에서 이런 정책 기조가 이어질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한편 이날 모임에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불참했다. 대신 셰릴 샌드버그 COO가 나섰다. 트위터는 초청되지도 않았다. 트럼프 측은 회사 규모가 작아서라는 입장을 내놨지만 대선 과정에서 트위터가 찍혔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는 ‘사기꾼 힐러리’ 이모티콘을 사용하게 해달라고 했는데 트위터는 이를 거절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