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정유경 경영 전면에… 남매간 경쟁 불붙나

입력 2016-12-15 18:39 수정 2016-12-15 21:52
신세계 정유경 총괄사장(가운데)이 15일 ‘대구 신세계’ 개점식에 참석해 권영진 대구시장(왼쪽), 장재영 사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정 총괄사장이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입사 후 20년 만에 처음이다. 신세계백화점 제공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딸인 정유경(44) 총괄사장이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오빠인 신세계 정용진(48) 부회장과 올해 ‘분리 경영’을 선언한 만큼 정 총괄사장이 신세계백화점 경영 전면에 나서는 신호탄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신세계백화점은 15일 대구 동구 신천동에서 ‘대구 신세계’ 개점식을 진행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정 총괄사장은 “현지법인으로 출발하는 대구 신세계가 대구 경북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총괄사장은 장재영 신세계백화점 사장 등과 함께 매장을 둘러봤다.

정 총괄사장이 공식 석상에 나타난 것은 1996년 입사 이래 20년 만이다. 2013년 골목상권 침해 논란으로 국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한 적은 있지만 그룹 행사에 참석한 것은 처음이다.

업계에서 정 총괄사장은 철저한 ‘은둔형’ 경영자로 꼽혀 왔다. 정 부회장이 공식 행사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고 SNS를 통해 개인적인 일상 등을 대중과 공유하는 것과는 정반대였다. 너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언론에 등장하는 인물 사진이 매년 똑같은 ‘프로필 사진’이라는 푸념이 나올 정도였다.

특히 올해 신세계그룹은 ‘6대 프로젝트’를 내건 만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증축(2월), 센텀시티몰 개장(3월), 신세계면세점 명동점 개장(5월), 신세계백화점 김해점 개장(6월), 스타필드 하남 개장(9월) 등 굵직한 대형 행사가 많았다. 앞선 행사에서도 정 총괄사장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그동안 경영 자체를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뒤에서 큰 그림을 그린다는 취지였다”며 “이번에는 6대 프로젝트 마지막 결과물이고, 대구점은 43년 만에 재개장하는 것이어서 의미가 남다르기 때문에 행사에 참석했다”고 설명했다.

정용진·유경 남매는 올해 4월 주식을 맞교환하며 본격적인 ‘분리 경영’을 시작했다. 정 부회장이 이마트를, 정 총괄사장이 신세계를 이끄는 구조다. 현재 정 부회장은 이마트 지분 9.83%, 정 총괄사장은 신세계 지분 9.83%를 갖고 있다. 남매의 ‘경쟁 구도’가 만들어진 것이다.

정 총괄사장이 이끄는 신세계 부문은 크게 백화점과 면세점, 패션·뷰티 사업 등이 있다. 먼저 지난해 부사장에서 총괄사장으로 승진한 이후 첫 시험 무대가 됐던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증축은 좋은 평가를 받았다. 강남점 매출은 전국 백화점 중 2위다. 신세계백화점이 처음 문을 연 시내면세점 ‘신세계면세점 명동점’ 역시 신규 사업자 중 경영 성적이 좋은 편이다.

다만 신세계와 이마트의 최대주주(각각 18.22%)는 여전히 어머니 이명희 회장이어서 향후 남매의 경영권은 언제든 흔들릴 수 있다. 이 회장이 나중에 남매에게 주식을 양분해 증여할 수도 있지만 경영을 잘하는 쪽에 몰아주면 후계구도가 확 달라지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분간 이 회장의 눈에 들기 위한 남매의 경쟁은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