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씨가 독일에서 귀국하기 직전 자신의 국정농단 사실을 조직적으로 은폐하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15일 국회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특위 4차 청문회에서 전날에 이어 최씨가 국내에 있던 지인과 한 전화통화 녹음파일을 추가로 공개했다. 잇따라 공개된 육성을 들어보면 그가 얼마나 증거조작에 열을 올렸는지를 분명히 알 수 있다.
통화는 독일에서 귀국하기 3일 전인 지난 10월 27일에 이루어졌다. 이날 공개된 파일에는 SK그룹에 대한 K스포츠재단 출연 강요 등의 사실을 은폐하려는 내용이 들어 있다. 녹음파일에 따르면 최씨는 “(정현식 전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이 뭐라고 얘기했다는 것이냐. 그럼 내가 SK에 들어가라고 했다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왜 정 사무총장이 이야기하는 것을 못 막았느냐”고 다그쳤고 “‘SK에서 (우리한테) 지시받고 그런 적이 없고’(라고) 한 번 부탁을 해보라고”까지 지시했다. 정 전 사무총장이 “SK를 찾아가 80억원 투자 유치를 설명했고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이 과정에 관여했다”고 폭로한 데 대해 은폐를 시도한 것이다. K스포츠재단은 올 3월 정 전 사무총장 등을 SK로 보내 80억원의 추가 투자를 요구한 사실이 검찰 수사에서 밝혀졌다. 전날에는 최씨가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의혹 등에 대해 거짓 진술하도록 종용하는 내용의 육성이 공개됐다.
최씨의 허위증언 지시는 이번뿐만이 아니다. 차은택씨는 2차 청문회에서 일본에 체류할 당시 최씨와 통화를 했는데 검찰 수사에 대비하기 위한 지침을 받았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결국 최씨가 지난 10월 말 검찰에 출두하면서 “용서해 달라” “죽을죄를 지었다”고 했던 것은 모두 거짓이었던 셈이다. 국민적 공분을 사기에 충분하다. 늑장 수사로 증거를 인멸할 시간을 준 검찰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사설] 귀국 직전까지 사건 은폐·조작 시도한 최순실
입력 2016-12-15 1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