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들어진 외국인 주민 조직이고 첫 번째 위원장이니까 부담감이 컸어요. 우리가 잘못해서 이 조직이 없어지면 안 되니까요.”
14일 ‘서울시 외국인주민대표자회의’ 전체회의를 끝으로 1년 임기의 위원장 자리에서 내려온 일본인 다키 유카리(53·사진)씨는 홀가분해 보였다.
지난해 12월 서울시의 상설 자문기구로 설치된 외국인주민대표자회의는 서울시에 거주하는 23개국 38명 외국인 주민으로 구성됐다. 서울시에 거주하는 외국인 주민은 46만명에 이른다.
다키씨는 “이전에는 공무원들이 한국 사람의 눈으로 외국인 주민 정책을 만들었고 시장에게 외국인들이 직접 정책을 제안하는 수단도 없었다”며 “대표자회의가 생기고 여기서 우리가 제안한 정책들이 시정에 곧바로 반영되는 걸 보면서 보람이 컸다”고 소감을 밝혔다.
외국인주민대표자회의는 이번 전체회의에서 ‘외국인등록과 주민등록 통합’ ‘자전거도로 확대’ 등 12건의 정책을 서울시에 제안했다. 지난 7월 전체회의에서는 정책 21건이 제안됐고 그중 16건이 반영됐다. 다키씨는 “외국인이 아니면 알 수 없는 문제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외국인주민대표자회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외국으로 입양됐다가 다시 한국으로 들어온 입양인들은 한국말과 문화를 모르는데 국적이 한국이라서 아무런 지원을 못 받고 있었다”면서 “입양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칠 필요가 있다고 말씀드렸더니 서울글로벌센터에서 곧바로 입양인 대상 한국어교육을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이번 외국인주민대표자회의에서는 ‘다문화’라는 용어 문제도 제기됐다고 했다. “중국이나 베트남 등 아시아 출신 여성과 결혼하면 ‘다문화가족’이라고 하고 유럽이나 미국 사람과 이룬 가족은 ‘글로벌가족’이라고 부른데요. 다문화란 호칭이 구별이나 차별의 의미로 사용되고 있으니 아예 다문화란 말을 없애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이 나왔어요.”
다키씨는 “제가 결혼이민자로 한국에 처음 온 1988년에 비하면 외국인에 대한 인식이 엄청나게 변했지만 여전히 많은 다문화 자녀들이 ‘왕따’ 문제를 겪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선생님들이 다문화 자녀들에 대해 차별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선생님들부터 태도를 바꿔주시면 좋겠다”고 제언했다.
다키씨는 전업주부로 살아오면서 세 아들을 낳아 길렀다. 대표자회의 참여 전에는 10년 가까이 이주 외국인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해 왔다. 그는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지원만 받고 있는 건 아니고 봉사활동도 참 열심히 하고 있다”며 “우리가 살아가는 나라이고 무엇보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야 할 나라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인이지만 한국의 주민으로 당차게 살아가는 다키씨의 모습에서 200만 다문화시대 한국의 밝은 미래를 볼 수 있었다.
글·사진=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임기 마친 서울시 외국인주민대표자회의 1기 위원장 다키 유카리 “다문화 학생들, 여전히 왕따 당해요”
입력 2016-12-15 20: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