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서 만난 복싱으로 ‘인생 유턴’… 마지막 링 오르다 ‘버나드 홉킨스’

입력 2016-12-16 04:05
버나드 홉킨스가 지난 6일(한국시간) 고향인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복싱 훈련을 하고 있다. 올해 51세로 역대 최고령 복싱 세계 챔피언인 홉킨스는 18일 조 스미스 주니어와 은퇴경기를 치른다. AP뉴시스

1982년 미국 필라델피아의 레이몬드 로젠 지역. 17살이었던 버나드 홉킨스는 여느 빈민가 흑인 청소년처럼 미래에 대한 희망 없이 강도짓을 일삼았다. 결국 그 해 그는 강도에 사람까지 찔러 법원으로부터 18년형을 언도받았다.

그렇게 어린 홉킨스는 감방생활을 했다. 그런데 감옥에서 체력 관리를 위해 복싱을 했다. 그는 복싱 글러브를 꼈고, 복싱을 통해 새로운 사람이 되기로 다짐했다. 어머니의 사랑도 지극했다. 지정된 면회일에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아들을 찾아왔다. 홉킨스는 어머니의 사랑을 가슴에 새기고 복싱에 몰두했다. 교도소에서 고교 졸업장까지 따는 등 모범수로 지냈고, 5년여가 지난 88년 감형돼 출소했다. 그는 감방을 떠나며 “다시는 이곳에 오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복싱을 시작한 후 술과 담배에 입도 대지 않았다. 햄버거 등 인스턴트 식품도 끊었다. 출소 직후 첫 번째 시합에선 판정패했다. 그래도 복싱을 포기하지 않았다. 결국 93년 로이 존스 주니어를 꺾고 IBF 미들웨이트급 세계챔피언이 되는 기쁨을 맛봤다. 이후 미들급과 라이트헤비급에서 홉킨스는 최강자로 군림했다. 2005년 7월까지 무패 행진을 이어갔다. ‘골든보이’로 불린 복싱 스타 오스카 델 라 호야에게 첫 KO 패배를 안긴 선수도 홉킨스였다. 그는 미들급에서 역대 최다인 20차 방어에 성공했다. 2014년 4월에는 49세 3개월의 나이에 WBA 라이트헤비급 타이틀을 따내 역대 최고령 세계 챔피언에 올랐다. 철저한 자기관리와 성실함은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았다. 2005년 그를 꺾었던 저메인 테일러도 “홉킨스는 내가 존경하는 복서”라고 했다. 그의 통산 전적은 55승 32KO 7패 2무다.

홉킨스가 18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잉글우드 더 포럼에서 아들뻘인 조 스미스 주니어(27·미국)를 상대로 은퇴 경기를 치른다. 홉킨스는 기자회견에서 “나는 나에 대한 책이 좋게 쓰여지길 바란다. 좋은 삶을 담은 책은 시작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끝이 중요하다”고 말했다.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