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혐오 추방 바람

입력 2016-12-16 00:07
와후 추장 로고로 만들어진 응원 팻말과 텔레토비의 캐릭터 중 하나인 뚜비로 변신한 김현수(가운데). AP뉴시스, 로크 쿠밧코 MASN 기자 트위터

메이저리그(MLB)에 혐오 추방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성별이나 국적 차별 논란을 야기했던 ‘루키 헤이징(Rookie Hazing·신인 곯리기)’에 제재가 생긴 가운데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는 원주민을 비하한다는 이유로 인종차별적 성격을 띤 ‘와후 추장’ 로고를 점진적으로 폐지하기로 했다.

클리블랜드 클럽하우스 매니저 토니 아마토는 14일(현지시간) 클리블랜드닷컴과의 인터뷰에서 내년 시즌 유니폼 변화에 언급했다. 그는 “크림색 홈 유니폼을 2018년까지 입지 않는다”며 “대신 C마크가 부착된 붉은색 모자는 그대로 남아 와후 추장 로고가 부착된 과거 군청색 모자를 대체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클리블랜드가 홈에서 착용하던 빨간 모자에는 2011년부터 영문 ‘C’ 로고가 새겨져 있고 어웨이 경기에 쓰인 남색 모자에 와후 추장 로고가 있었다. 유니폼 소매에는 여전히 와후 추장 로고가 남아있다. 클리블랜드는 모자뿐 아니라 유니폼에서도 단계적으로 와후추장 로고를 없애겠다는 입장이다.

클리블랜드는 1951년 와후 추장의 얼굴색을 노란색에서 빨간색으로 바꿨다. 이후 원주민에게 모욕감을 준다는 인종차별 논란에 시달렸다. 과거 미국인들이 원주민을 ‘레드 스킨’이라고 비하한 탓이다. 게다가 로고 색깔 변경 이후 월드시리즈 우승에 실패해온 징크스도 생겨났다.

당초 클리블랜드는 와후 추장 로고 팬이 많아 이를 고수하려는 입장이었지만 MLB 사무국 등의 지적을 받아들여 점진 폐지키로 한 것이다.

앞서 미국스포츠전문채널 ESPN은 13일 “내년 가을부터는 신인들을 대상으로 특정 인종과 성별, 국적을 나타내는 복장을 강제로 입히는 장면을 보지 못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MLB사무국과 노조가 새 노사협약을 통해 루키 헤이징에 제약을 두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루키 헤이징은 신인인 루키를 대상으로 하는 일종의 신고식이다. 신인들은 만화 여주인공이나 치어리더, 여자 체조선수로 변신하며 팬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코리안 빅리거들도 루키 헤이징에서 예외는 아니었다. 올해 오승환은 게임캐릭터 ‘슈퍼 마리오’의 동생 루이지 분장을 했고, 김현수는 ‘텔레토비’의 뚜비 복장을 입었다. 최지만은 일본 스모선수로 변신했다. 하지만 일부 여성단체 등이 “루키헤이징이 여성이나 특정 국가들을 희화하해 불편함을 줄 수 있다”며 폐지를 주장해왔고 메이저리그가 이를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