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사는 산동네에서 아침부터 난리가 났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친구네 옆집에 사는 할머니가, 그날따라 날씨가 청명해서, 새장을 밖에 내놨다고 한다. 새도 햇볕을 좀 쐬라고 말이다. 그런데 할머니가 잠깐 볼일을 보고 있는 사이에 새가 사라졌다. 할아버지는 할머니에게 왜 새장을 마음대로 밖에 내놓았냐고 지청구를 하고, 할머니는 주말에 놀러 오기로 한 손녀가 새를 정말 예뻐했는데 이 일을 어떡하냐며 울상이고. 친구는 아침부터 불려나와 그 집에서 키우는 커다란 검은 고양이가 새를 먹어치운 것 아니냐는 취조를 받았다. 친구는 길고양이들에게 꼬박꼬박 먹이를 주었을 뿐, 늘 문 앞에 지키고 앉아 있는 그 살찐 검은 고양이를 자기가 키우는 것은 아니라는 변명을 했다. 그렇잖아도 그놈이 심술을 부려 다른 고양이들이 못 오고 있어서 속상하다는 말과 함께. 하지만 할머니는 고양이가 아니라면 친구가 새를 잡아먹기라도 한 것인 양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할머니네 새가 돌아왔어? 며칠 지난 뒤 친구에게 물었다. 아니. 멀리 날아갔거나 얼어 죽었을지도 모르지.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잖아. 친구는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어떻게 생긴 새였어? 그냥 하얀색. 나는 몸집이 작은 하얀 새가 아득한 하늘까지 날아가는 모습을 그려보았다. 비어 있는 새장의 문을 닫아버려야 해. 나는 중얼거렸다.
그날 밤 담장 위에 올라가 앉아 있는 꿈을 꾸었다. 담장 위에 화분을 늘어놓고 하얀색 노란색 꽃들을 심을 작정이었다. 화분들이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아서 조바심이 났다. 화분과 흙과 씨앗들이 마구 흐트러져 있었고, 정돈이 안 된 상태였다. 어느 순간 갑자기 혼란의 이유를 깨달았다. 내가 사람이 아니라서 꽃을 심을 수 없었다. 꿈속에서 나는 몸집이 크고 심술궂은 고양이였다. 문을 닫아 걸은 새장 속으로 새를 돌아오게 할 수 없는 것처럼, 고양이는 담장 위에 꽃을 심을 수 없다. 잠에서 깨어나자 할머니네 하얀 새를 잡아먹은 것은 검은 고양이가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희령(소설가), 삽화=공희정 기자
[살며 사랑하며-부희령] 새와 고양이
입력 2016-12-15 1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