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최순실 국정조사특위 3차 청문회에서 청와대 ‘비선 진료’의 실체는 드러났지만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필러’ 등 미용 시술과 정맥주사 투약 의혹은 미궁 속에 빠졌다. 미용 시술의 결과인 ‘멍’ 자국과 정맥주사를 전달한 사람은 있는데, 청문회에 참석한 의사들은 모두 자신이 한 게 아니라고 했다. 특위위원들은 청문회 참석을 거부한 조여옥 전 청와대 의무실 간호장교를 시술자로 지목했다.
최순실씨 단골 성형외과 의사인 김영재 원장은 14일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공식 출입 절차 없이 청와대에 들어간 점을 인정했다. 그는 “박 대통령이 테러로 생긴 얼굴 쪽 흉터에 자꾸 감각이 없어지면서 경련이 일어난다고 해 (청와대에) 5∼10번 들어간 적이 있다”며 “가끔 대통령으로부터 금일봉을 받았다”고 했다. 역시 최씨 단골의사인 차움병원 출신 김상만 전 대통령 자문의도 정식 자문의로 위촉되기 전인 2013년 8월 이전, 청와대 의무실과 파우더룸 등에서 세 차례 박 대통령에게 태반주사를 놨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청문회에서 박 대통령의 ‘필러’ 시술 의혹은 해소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의 2014년 5월 13일 사진을 보면 얼굴에 멍 자국이 선명하다. 김 원장은 이에 대해 “필러 (시술) 같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은 신보라 전 청와대 의무실 간호장교가 세월호 사고 당일 박 대통령에게 의료용 가글을 전달했다는 사실에 대해 “의료용 가글은 필러 후 입이 마비돼 양치를 못할 때 많이 사용한다. 의심할 만한 일”이라고 했다. 그러나 신 전 간호장교, 전·현직 청와대 주치의, 김 원장, 김 전 자문의 모두 “(미용 시술을) 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정맥주사 의혹도 마찬가지다. 박 대통령이 ‘프로포폴’ 성분의 주사를 맞았는지는 드러나지 않았다. 김 전 자문의는 “(박 대통령에게) 태반주사는 직접 놓았고 정맥주사는 (청와대에) 전달해주고 왔다”고 밝혔다. 이어 “(전달한 주사제는) 백옥·태반 계통이며 박 대통령 손에 쥐어줬다. 주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다 확인하고 설명해드렸다”며 “간호장교가 아니라 그분(박 대통령)한테 드렸다”고 말했다.
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조 전 간호장교를 미용 시술 및 정맥주사 성분 의혹을 풀 핵심 인물로 지목했다. 세월호 사고 당시 청와대에서 근무한 뒤 현재 미국 텍사스에서 연수 중인 조 전 간호장교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워싱턴특파원들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대통령에게) 정맥주사를 놓은 적이 있다”면서도 “(대통령의 미용 시술은) 내가 아는 한 없다. 외부 병원 시술 여부는 의료법 위반이라 말할 수 없다”고 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
‘얼굴 멍·필러’ 의혹 커지는데… 시술자는 없다?
입력 2016-12-15 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