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朴 대통령 “CJ가 걱정”에 조원동 “손떼라” 전화

입력 2016-12-15 00:00

현 정부의 CJ그룹 총수 일가 퇴진 압박은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CJ가 걱정된다”며 조치를 주문한 이후 본격화된 것으로 드러났다. CJ 계열사가 정치성 있는 TV 프로그램과 영화를 잇달아 제작한 것이 박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14일 검찰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2013년 7월 4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경제부총리의 정례 보고 이후 조원동(60) 당시 경제수석을 따로 불러 CJ를 언급하면서 “걱정된다”고 발언했다. 이어 “손경식 회장은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직에서 물러나고 이미경 부회장은 CJ그룹 경영에서 물러났으면 좋겠다”며 두 사람을 콕 짚어 거명했다. 사실상 민간기업인 CJ의 경영진 교체를 지시한 것이다. 검찰은 CJ E&M이 운영하는 케이블 방송에서 2012년 당시 대선 후보였던 박 대통령을 희화화한 프로그램을 방영하고, 2013년에는 CJ창업투자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일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제작을 검토한 점 등이 박 대통령의 노여움을 산 것으로 봤다.

조 전 수석은 박 대통령 면담 다음날인 7월 5일 손 회장을 서울 중구 프라자호텔에서 만나 “VIP의 뜻이다. 이 부회장이 경영에서 손을 떼게 하라”고 요구했다. 조 전 수석은 같은 달 손 회장과의 전화통화에서도 “VIP 말씀을 전하는 거다. VIP 뜻은 확실하다” “CJ가 건강한 기업으로 계속 남았으면 좋겠다. 정치색 없이 갔으면 좋겠다”고 재차 압박했다.

청와대의 거듭된 사퇴 요구에 이 부회장은 2014년 10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미국으로 떠났다. 이에 앞서 손 회장은 조 전 수석과의 회동 닷새 만인 2013년 7월 9일 상의회장을 그만뒀다. 검찰은 지난 11일 조 전 수석을 강요미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면서 박 대통령을 공범으로 적시했다.











글=노용택 양민철 기자 nyt@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