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택-나경원 ‘원내대표 맞대결’… 친박, 수적 우세

입력 2016-12-15 00:01 수정 2016-12-15 01:11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왼쪽)와 정진석 원내대표(오른쪽)가 14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시작 전 굳은 표정으로 자리에 앉아 있다. 정 원내대표는 지난 12일 사퇴 의사를 밝혔다. 김지훈 기자

새누리당 주류 친박(친박근혜)계와 비주류가 각각 정우택 의원과 나경원 의원을 오는 16일 원내대표 경선 후보로 내세웠다. 자민련 출신 충청권인 정 의원과 수도권 최다선 여성 의원인 나 의원 간 맞대결이다. 주류와 비주류 간 사활을 건 당 주도권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이번 경선은 비주류 탈당 여부를 결정짓는 중대 분수령이다. 향후 비상대책위원장 인선을 둘러싼 싸움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치는 요인이다.

정 의원은 14일 “당의 화합이 우선”이라며 “국정 수습과 함께 개헌정국을 이끌어 대선에서 좌파정권의 집권을 막아내겠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그동안 걸어온 길이 비교적 중도 성향”이라며 “당선되면 세칭 ‘강성 친박’이 친박 해체를 선언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정 의원 러닝메이트이자 정책위의장 후보는 재선의 이현재 의원이다.

나 의원은 “책임질 사람들이 책임지지 않는 지금 모습으로 당의 화합을 외치면 끓는 물 속의 개구리가 될 것”이라고 했다. 또 정 의원에 대해 “최근 서울역 극우단체 행사에서 연설을 했다”고 지적했다. 나 의원의 러닝메이트는 3선의 김세연 의원이다.

경선 전망은 일단 친박계가 수적 우위에 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새누리당 의원 128명 중 60여명을 친박계로, 40여명을 비주류로 분류한다. ‘정진석 대 나경원’ 구도였던 이전 원내대표 경선에서도 정 원내대표는 친박 지원을 받아 선출됐다. 한 중진의원은 “여전히 새누리당 의원 성향으로만 보면 친박계가 우세하다”고 말했다.

비주류는 중립지대 의원들의 선택에 기대를 걸고 있다. 전날 친박 모임인 ‘혁신과 통합 보수연합’ 창립 행사 참석 의원이 37명뿐이었고, 일부 의원이 모임 명단에서 빼 달라고 요청한 점도 비주류의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비주류 한 의원은 “친박 원내대표로는 당 혁신이 어려울 것이라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고 했다.

4선의 정·나 의원 간 대결 이후에도 계파 싸움은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승민 의원은 “친박계가 원내대표 후보를 낸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친박 지도부가 리모컨으로 조종할 수 있는 비대위원장을 선출한다면 당이 파국으로 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의원총회에선 계파 간 신경전이 치열했다. 이정현 대표는 비주류를 겨냥해 “3적, 5적, 8적, 10적이라는 말을 하는데 거둬 달라. 이정현을 주적으로 삼아 달라”고 강조했다. 김진태 의원은 새누리당 탄핵 찬성파를 ‘종북좌파의 부역자’라 부르며 “친박이 아무리 주홍글씨라고 해도 나라를 팔아먹지는 않았다”고 했다.

반면 비주류는 친박 지도부가 친박 인사 8명을 당 윤리위원회에 충원한 것을 비판했다. 비주류 의원들은 “윤리위 추가 임명을 당장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원내대표는 의총에 앞선 기자간담회에서 ‘친박 윤리위’ 문제와 관련해 “주위에서 ‘정신 나갔다’고 한다”며 “밖에서 새누리당을 어떻게 보는지 일말의 인식도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