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대정부질문 불참”… 野“대통령 행세” 비판

입력 2016-12-15 00:01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왼쪽)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장실에서 정세균 의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황 권한대행은 정 의장에게 국회와의 긴밀한 국정 협의를 약속했다. 이병주 기자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정세균 국회의장을 예방해 국회와의 긴밀한 국정 협의를 약속했다. 지난 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로 권한대행 직무를 맡은 지 닷새 만이다.

황 권한대행은 그러나 다음주 국회 대정부 질문에는 불출석 의사가 강하다. 야3당 대표가 요구한 면담에 대해서도 ‘고민 중’이라며 발을 빼고 있다. 황 권한대행 체제가 야당과의 관계 설정이라는 첫 고비를 맞았다.

황 권한대행은 14일 오후 국회로 정 의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국민의 뜻을 엄중하게 잘 받들고 국정 전반에 잘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그 과정에서 국민의 대표자이신 국회의장을 중심으로 국회의원들과 충분히 소통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 말씀을 드리기 쉽지 않지만 제 뜻을 담아 의장님을 뵙자고 했다”며 “국회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 국정이 안정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정 의장은 “국민도 권한대행의 국회 방문을 ‘잘 소통하겠다’는 표현으로 받아들이실 것”이라며 “국회도 정국 수습을 위해 적극 협조하겠다”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정치권에서 국정 협의체를 제안했다. 이를 통해 민생·경제를 살리자는 제안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권한대행께서 잘 검토해주시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황 권한대행은 비공개 회동에서 “정부와 국회가 국민을 위하는 마음으로 서로 양보하고 대화한다면 나라의 어려움을 잘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황 권한대행은 사회 원로와의 오찬 간담회에서도 고건 전 국무총리로부터 “여야정 정책협의체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을 받았다.

야권은 그러나 “황 권한대행이 마치 대통령이 된 것처럼 행동한다”며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탄핵안이 가결되면서 황 권한대행도 사실상 정치적으로 불신임 받은 상황”이라며 “황 대행 체제는 단기적인 관리 체제라는 걸 잊지 말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회가 탄핵 공백을 우려해 여러 해법을 모색하는 동안 (황 권한대행은) 마치 (탄핵) 가결을 기다린 사람처럼 대통령 행세부터 하고 있다”고 했다. 야3당 대표의 회동 요구에 황 권한대행이 조속히 화답해야 한다는 것이다. 추 대표는 발언 내내 권한대행 직함 대신 ‘총리’ 직함을 사용했다. 민주당 박경미 대변인은 “혹시라도 황 권한대행은 용꿈이라도 꾸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도 “‘황교안 체제’는 박근혜정부의 연속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며 “(황 권한대행의 20, 21일 국회 대정부질문 불출석은) 단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야권의 강공은 황 권한대행 체제 기선제압 성격이 짙다. 정부가 역사 교과서 국정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배치, 한·일 위안부 협정 등 박근혜정부 주요 사업을 그대로 추진하려 하는 만큼 초기에 강력 대응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황 권한대행 측도 국회 출석 문제에 대해 “전례가 없다”며 거부 의사를 밝히는 등 야권과의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기조가 강하다. 여당이 와해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중심을 잡지 못할 경우 정국 주도권을 완전히 야권에 빼앗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양측은 향후 인사권 범위를 놓고도 충돌할 여지가 많다.









글=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