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미국에서 판매한 미니밴 ‘앙투라지’ 4만여대를 리콜한다. 엔진 덮개를 잠그는 걸쇠(후드 래치) 불량에 따른 자발적 조치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해외에서 이 결함으로만 40만대 가까이 리콜하게 됐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일부 모델만 리콜해 또 하나의 국내 소비자 역차별 사례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미국 오토블로그 등 현지 자동차 전문 매체들은 현대차 미국법인이 2006년 2월 16일∼2008년 6월 30일 생산된 2007∼2008년형 앙투라지 4만1264대를 리콜키로 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리콜 결정은 지난 7일(현지시간) 내려졌다. 알래스카 뉴욕 등 27개주와 컬럼비아 특별구에서는 모든 리콜 차량의 부품을 교체해주고, 나머지 주에선 점검 후 필요 시 교체한다.
리콜 이유는 후드 래치 결함이다. 후드 래치는 엔진 덮개가 열리지 않게 고정하는 잠금장치다. 해당 앙투라지는 차량이 부식됐을 때 주행 중 엔진 덮개가 갑자기 열릴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박병일 자동차명장은 “후드 래치는 생명과 직결되는 안전장치나 마찬가지”라며 “주행 중 후드가 갑자기 열리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지에서는 후드 래치 고장으로 몇 차례 사고가 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기아차의 후드 래치 불량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6월 미국에서는 기아차 카니발(현지명 세도나) 21만9800대와 현대차 2016년형 투싼 8만1000대를 같은 이유로 리콜했다. 10월에는 영국에서 카니발 9955대를 회수했다. 국내에선 지난 6월 투싼 6만2319대를 리콜했다.
문제는 후드 결함이 생산일 기준으로 2005년부터 올해까지 11년째 고쳐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미국에서 리콜한 카니발은 2005년 6월 15일부터 2014년 4월 4일까지 약 9년간 생산한 제품이다. 앙투라지는 2006년 2월 16일∼2008년 6월 30일, 투싼은 지난해 5월 19일∼올해 3월 14일 생산한 제품이 대상이다.
현대차는 미국의 경우 눈이 많이 내려 제설용 염화칼슘을 많이 뿌리는 ‘소금벨트’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 해당 지역 차량을 리콜했고, 영국에서도 선제적으로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그러나 국내 카니발에 대해서는 신청자에 한해 무상 점검만 진행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투싼은 후드 래치의 기울기가 원인이라 국내외에서 모두 리콜했지만 카니발은 부식 문제라 상대적으로 눈이 적게 내리는 한국에선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염화칼슘에 부식될 정도면 방청(녹 방지) 처리가 제대로 안 된 기계적 결함일 가능성이 크다”며 “우리나라도 눈이 오는 지역이 많아 전부 교환해주는 게 맞다”고 말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
[단독] 또 ‘후드 리콜’ 악몽 제동 걸린 현대차
입력 2016-12-15 0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