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노인 향한 편견은 결국 자기혐오

입력 2016-12-15 17:35

에이지즘(ageism)은 미국 노인의학 전문의 로버트 버틀러가 1969년 ‘노인, 노년, 그리고 나이 드는 것 자체를 대하는 편견에 찬 태도들의 조합’을 설명하기 위해 처음 사용한 용어다. 우리말로는 연령차별로 번역된다. 대체로 노인에 대한 차별을 뜻한다. 같은 해 등장한 성차별(sexism)이 대중에게 널리 퍼져 성차별 해소를 위한 인식과 제도 개선이 상당히 진행된 것과 비교해 연령차별은 아직도 낯선 개념이다.

미국자연사박물관에서 일하며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는 저자는 나이를 먹을수록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은데, 노년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은 왜 그렇게 변함없이 암울하기만 할까?”라는 의문을 가지게 됐다. 이후 나이 듦과 연령차별에 대한 글을 쓰기 시작해 최근에는 미국에서 손꼽히는 연령차별 전문가가 됐다.

저자에 따르면 연령차별은 사회·문화적으로 구축된 개념이다. 19∼20세기 근대화의 진행과 맞물려 나타났고 20세기 후반 ‘청년문화’ 현상이 이를 심화시켰다. 인간을 노동력으로 간주하는 자본주의도 연령차별에 일조했다. 만 15세 이상∼64세 이하를 노동 가능 인구로 간주하고 65세 이상은 노령인구로 분류해 사회가 부양해야할 존재로 본다. 고령사회가 진행되면 노인들을 돌보느라 경제가 어려워지고 사회 활력이 줄어들 것이란 노인 혐오적 사회전망이 연구결과라는 이름으로 발표될 정도다.

하지만 저자는 이것이 사실과 다르다고 비판한다. 65세 이상 미국인 가운데 요양원에서 생활하는 이는 4%, 85세 이상은 10%가량에 불과하다. 대다수의 노인은 일반적인 통념과 달리 왕성하게 활동하며 산다.

나이 듦에 대한 편견은 결국 자기혐오로 이어지게 된다. 우리 모두의 미래를 위해 젊음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연령차별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 60대 중반의 저자는 나이 들어가는 자신에 대한 혐오를 극복하는데 8년이 걸렸고, 그 깨달음이 이 책을 쓰게 된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장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