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지역사회 정신보건이 시작된 것은 정신보건법이 제정된 1995년 이후이다. 1980년대까지 많은 환자들은 법의 보호 없이 비인가 요양원 등에서 아무런 치료 없이 방치되던 상황에서 정신보건법은 많은 환자들이 병원과 지역사회에서 양질의 치료와 관리를 받을 수 있는 법적 기반을 제공했다. 법 제정 후 20년간 전국에 224개의 정신건강증진센터와 333개소의 다양한 사회복귀시설이 설립되어 정신장애인들이 사회에 복귀해 기능을 회복하도록 다양한 정신사회재활 서비스와 지역사회 지지를 제공하고 있다.
아시아 각국의 지역사회 정신보건의 발달과정을 간단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994년부터 새로운 정신보건시스템을 갖추기 시작한 호주 빅토리아 주의 경우 지역사회에서 환자의 등록부터 지역사회 관리까지 일관된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생애주기에 맞는 다양한 지역사회 재활 시설과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가 있다. 최근에는 회복한 환자들이 동료 지원가(peer supporter)들이 입원시설과 지역사회에서 타 환자들의 회복과 사회복귀를 위해 치료진과 함께 팀 활동을 하고 있는 상태이다.
홍콩의 경우 지역사회 내 환자의 정신병적 증상과 위기관리를 위해서는 지역사회 병원의 의사와 간호사가 중심이 된 집중사례관리팀이 고위험군 환자를 위한 위기개입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재활을 위해서는 많은 NGO들이 정부의 예산지원으로 주간치료, 주거, 직업재활 및 일반인들을 위한 정신건강증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서 우리나라 시스템과는 다른 형태를 보이고 있다.
대만의 경우 1980년대 중반 6개의 국립병원을 중심으로 한 지역사회 정신보건서비스를 시작했고, 현재에는 지역사회 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정신건강보험에서도 비용을 지출하고 있어 우리나라 보다는 예산지원이 용이하다.
우리나라는 2016년 전면 개정된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지원에 관한 법률’은 정신질환자의 범위를 일상생활 기능이 저하된 중증환자로 대폭 축소했고, 이들을 위한 복지지원을 강화했다.
국민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불면, 스트레스 등 초기증상이 있을 때 치료의 문턱을 낮추어 만성화를 예방하고, 사회적 차별을 금지하며 생애주기별 조기발견체제를 구축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비자발적 입원에 대해서도 2명의 의사에 의한 진단과 함께, 환자의 인권보호를 위해 입원에 대한 적정성 평가를 위한 심의위원회를 구성 기존 의료인, 법조인 외에 당사자, 인권전문가, 정신건강전문가 등의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이 법은 현 시점에서 정신질환을 예방하고, 조기치료를 가능케 하고, 자살률을 낮추고 국민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건설하는데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오는 2017년 5월 법이 시행되면 이전보다 많은 환자들이 지역사회로 복귀해 생활을 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지역사회는 이들을 준비하기 위한 정신건강 시스템을 갖추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즉, 퇴원 후 환자의 빠른 지역사회 적응과 연계를 위한 정신보건전문가의 사례관리가 정신건강복지센터를 통해 제공되어야 하며, 독립주거를 위해 기능에 적절한 거주시설이 지자체에서 확충되어야 하고 고용, 교육, 지역사회 활동을 위한 다양한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예산과 인력의 확보가 요구된다.
황태연 국립정신건강센터 정신건강사업부장
[건강 나침반] 정신건강 증진법에 앞서 준비해야 할 것들
입력 2016-12-18 20: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