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는 지난 6일 'HIV 감염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과 국가 차원의 적극적인 치료·관리'를 주제로 34회 고품격 건강사회만들기 방송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각계 전문가들과 함께 국가 차원의 올바른 'HIV감염 관리 대책'을 모색했다.
◇주제=HIV 감염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과 국가 차원의 적극적인 치료·관리
◇일시=2016년 12월 6일 오후 2시
◇참석자=송석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의원, 김성남 질병관리본부 에이즈결핵과 연구원, 진범식 대한에이즈학회 총무이사, 홍희윤 국립중앙의료원 에이즈 상담 전문간호사
◇진행=원미연 쿠키건강TV 아나운서
◇연출=이지현 쿠키건강TV PD
◇방송=쿠키건강TV 19일 오후 7시20분
-HIV바이러스에 감염이 되면 모두 에이즈에 걸리는 것인가.
◇진범식=HIV와 에이즈는 다른 것이라고 보면 된다. HIV바이러스에 감염이 되면 우리 몸에서 면역기능을 관장하는 세포를 공격해 면역기능이 저하가 된다. 이에 여러 가지 감염이나 암이 발생하는 것을 ‘에이즈’ 또는 ‘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이라고 지칭한다. 과거 효과적인 치료제가 없을 때에는 HIV에 감염이 되면 모두 에이즈로 진행했지만, 현재는 조기 진단이나 적절한 치료법을 통해 면역기능을 잘 유지하면 에이즈로 진행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에이즈 신규환자가 증가 추세인데
◇김성남=2015년 유엔에이즈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전체 생존 HIV 감염인은 약 3670만명이다. 이 중 1820만명(2016년 2월 기준)이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적으로 감소 추세라는 것은 신규 감염인이 감소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2015년 기준으로는 약 210만명의 신규 감염인이 발생해 약 220만명이었던 2010년과 비교해 6% 감소했다고 보면 된다. 우리나라만 신규 감염인이 증가한다는 보도도 있지만, 미국이나 일본, 동유럽 등도 증가세다.
-에이즈의 치료법은 어떻게 바뀌어 왔나.
◇진=HIV가 처음 발견됐을 때는 HIV 바이러스 증식이나 그에 따른 면역 저하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세 가지 약제를 복용하는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가 발전이 되면서 면역상태 저하에서 효과적으로 벗어날 수 있는 치료가 자리를 잡았다. 최근에는 약물의 부작용이나 복용 방법을 편리하게 하는 방향으로 약제가 개발되면서 하루 한 알만 복용하면 되는 약들이 도입돼, 치료 문제는 상당히 해결됐다. 오히려 질병으로만 보면 당뇨보다는 HIV가 덜 아픈 것 같다. 최근에는 과거와 달리 진단된 모든 HIV 감염인에게 약제 복용을 권고하고 있다. 면역기능 저하와 관계없이 HIV 바이러스가 우리 몸에 합병증을 초래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어, 증상이 없는 상태에서도 약을 복용하는 것이 감염인의 장기 생존이나 합병증의 예방을 위해서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WHO에서도 모든 감염인에게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하는 것을 전세계적으로 권고하고 있다.
◇김=1985년 국내 최초로 HIV 진단을 받은 감염인도 아직까지 건강하게 살고 있다. HIV 감염인도 약을 꾸준하게 복용하면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다.
-HIV는 치료비 지원 정책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나.
◇김=국가에서 감염인 진료비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HIV감염은 희귀난치성 질환이기 때문에 90%는 건강보험공단에서 지원을 하고, 10%는 국비와 지방비에서 지원한다.
◇송석준=지난 5년간 정부가 시행하는 에이즈 환자 진료비사업 대상자 수는 3배 늘어난 데 비해 지원액은 제자리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이들을 위한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진=우리나라는 건강보험제도 체계적으로 잘 돼 있다. 과거부터 HIV 치료와 관련된 부분은 본인부담금을 환급해주는 방법으로 진행돼 왔다. 다만 진료 현장에서 보면 급성기 치료가 끝난 감염인 대부분이 나이가 많아 요양병원으로 가야 하는데, 환자분, 의료진들이 선뜻 이들을 수용하지 못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전문요양병원에 대한 논의도 뜨겁다. 이에 대한 견해는
◇진=전문요양기관을 설립하는 것은 장단점이 분명 있다. 비용에 대한 논의는 물론, 수요가 있는 분들께 해당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만큼 또 다른 딜레마가 발생될 수 있다. HIV는 만성질환이라고 설득하지만, 현재 있는 기관에서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고 별도의 전담기관을 만들어야 한다는 데 회의적이다. 합리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김=우리나라는 에이즈라는 질환에 대한 편견이 심하다. 에이즈 환자만 모여 있는 요양전문병원을 특정 지역에 설립하기 어렵기도 하다. 일반요양병원에 다른 환자들이 같이 입원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으로 검토하고 있고 이 외의 지원 정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HIV는 조기진단과 예방이 감염 확산을 해결하는 열쇠라는데
◇홍희윤=검사를 받으시는 것을 두려워하는 분들이 많다. 의료기관 뿐 아니라 보건소나 한국에이즈퇴치연맹을 통해서 여러 곳에서 검사 하고 있다. 그나마 젊은 친구들은 주기적으로 검사를 받고 있다. 미국 같은 선진국은 키트 검사기를 사서 검사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기피하는 실정이다.
◇김=우리나라는 전국 255개 보건소에서 익명으로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서울시를 포함한 30% 이상의 보건소에서 신속검사를 도입, 10분 미만 시간을 들여 확인할 수 있다.
◇진=최근 대한에이즈학회에서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노출 전 예방요법(PrEP) 진료지침을 마련했다. ‘노출전 예방’이라는 것은 과거 치료제로 사용하던 약을 비감염인이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분들에게 약제를 복용하게 함으로써 감염의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에이즈는 완치법이 없기 때문에 ‘치료가 곧 예방이다’라는 개념이 있다. 진단된 모든 감염인들한테 효과적으로 약을 복용하면 다른 사람에게 전파되는 것을 최소화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예방 목적으로 치료제를 투약을 하는 것이다. 실제 HIV에 감염되지 않은 감염인의 배우자가 약제를 복용하게 되면 전파 위험이 현저하게 줄어든다는 것이 연구에 의해서 밝혀졌다.
-치료뿐 아니라 예방까지 가능한 항바이러스제를 활용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송=잠재적으로 확산성이 있는 질병이기 때문에 감염인은 물론 고위험군에 대해서도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예방과 치료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홍희윤=예방약의 도입은 분명 필요한 상황이다. 항레트로바이러스제를 치료 목적으로 처방 받는 경우에는 보험이 적용이 되어 비용 부담이 덜한데, 아직 예방약으로는 급여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제도적으로 준비가 필요하다.
◇김=정부에서도 ‘PrEP’라고 하는 ‘HIV 노출 전 예방요법’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정책연구용으로 추진하고 있다. 연구결과에 따라서 대한에이즈학회에 가이드라인을 송부해서 국내에 도입하려고 하고 있고, 지금 실행방안에 대해서 검토를 하고 있다. 급여화 문제는 남아 있다. 정책연구용 사업 결과에 따라서 급여화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검토해보겠다.
-사회적 편견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이 많다고 들었다.
◇홍=환자들은 일단 진단을 받고 나서 내가 직장생활을 잘 할 수 있을까, 가족이나 친구들이 알지 않을까 등 다양한 걱정과 불안이 있다. 이로 인해 우울증을 겪기도 한다. 근본적으로 편견을 해소할 수 있는 ‘범국민적인 인식개선 프로젝트’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김=일반인들의 인식 개선을 위해 다양한 홍보 사업을 하고 있다. 민간단체 사업도 활용을 하고 있고 질병관리본부에서 직접 하는 홍보캠프를 통해서 ‘에이즈 바로알기 캠페인’도 계속 펼치고 있다.
◇진=여전히 편견이나 낙인 때문에 환자들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병은 한 번 걸리면 만성적으로 유지되고 단기간 내에 완치법이 나오기 어려워 새로운 감염인이 발생하면 30∼40년 치료를 지속해야 한다. 예방과 치료를 위해 사용하는 비용이 추가적인 감염인이 발생하는 것을 막고, 궁극적으로 사회적인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데에서 공감대를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송=정치권에서도 질환에 대한 인식을 개선해서 적극적인 지원방안을 모색해보겠다. 이들을 사회가 따뜻하게 품어야 한다. 예방을 위한 급여 문제는 전문가들과 함께 논의해서 지원방안이 있는지 찾아보도록 하겠다.
-마지막 하고 싶은 말씀은.
◇홍=사회적인 편견과 더불어 의료 환경에서 발생하는 진료거부 등의 차별을 해소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안 그래도 사회적으로 소외되신 분들인데, 믿고 온 병원에서 의료진의 태도로 인해 상처를 받고 돌아가시는 경우가 있다. 의료 환경 내의 인식 개선도 선행되어야 할 것 같다
◇진=감염인들과 고위험군에게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사회적 인식개선이 많이 필요할 것 같다. 의료진이나 환자 단체끼리도 공감대를 넓히고, 가까이 있는 사람의 인식부터 넓혀가는 방향으로 접근하면 많은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송=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질병에 대한 적극적인 예방과 치료에 대해 단순히 비용의 차원을 넘어서 정부와 국회가 최대한 지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그런 예산을 편성해야 할 것이다.
◇김=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HIV유병율을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는 국가다. 이번 6월 유엔총회 고위급 회의에서 2030년까지 HIV 유행을 종식하자는 야심찬 목표를 설정했다. 이에 발맞춰 우리나라도 동참할 것이다. 특히 HIV 노출 전 예방요법에 대해 적극적으로 추진하며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내기 위해서 노력할 것이다. 정리=장윤형 기자
[토론회] HIV 감염인 관리 어떻게 “사회적 편견 해소위한 전방위 노력 절실”
입력 2016-12-18 20: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