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지에서 고액권을 폐기하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고액권이 탈세와 테러 등 각종 범죄에 악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호주 ABC방송은 14일(현지시간) 호주 정부가 최고액권인 100호주달러(약 8만7000원)를 폐기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고 보도했다. 인도와 베네수엘라 정부도 최근 고액권 사용을 전격 중단시켜 고액권 폐기가 국제적인 추세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켈리 오드와이어 호주 세입금융서비스부 장관은 ‘검은돈’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호주 지하경제 규모는 연간 210억 호주달러(약 18조4200억원)에 달하며 국내총생산(GDP)의 1.5%를 차지한다. 오드와이어는 “탈세자가 늘어나면 모범 납세자가 결국 더 많은 세금을 내게 돼 공정하지 못하다”며 탈세에 이용되는 100호주달러를 폐기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인도에서도 지하경제 근절을 목표로 고액권이 폐기됐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지난달 말 예고 없이 500루피(약 8600원)와 1000루피 지폐 사용을 중단하고 신권으로 교체하라고 지시했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도 지난 11일 72시간 안에 현 최고액권인 100볼리바르(약 54원) 지폐 사용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유럽과 미국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있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5월 500유로(약 62만원) 화폐 발행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2018년 말까지 유통량을 단계적으로 줄여나가 완전히 폐기하겠다는 계획이다. 로렌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도 범죄 악용을 막기 위해 100달러(약 11만원)와 50파운드(약 7만원) 등 고액권 폐기를 권고했다.
권준협 기자 gaon@kmib.co.kr
‘검은돈’ 잡으려면… 고액권 퇴출이 대세
입력 2016-12-14 1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