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일 났다, 조작품으로 몰지 않으면 다 죽어”… 崔, 獨서 지인 통해 고영태에 거짓 진술 강요

입력 2016-12-14 18:05 수정 2016-12-15 17:11
최순실씨 단골 의사로 알려진 김영재 김영재의원 원장(오른쪽)을 비롯한 국회 최순실 국정조사특위 3차 청문회 증인들이 14일 증언에 앞서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김 원장, 김장수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이병석 전 대통령 주치의, 서창석 전 대통령 주치의, 김원호 전 대통령경호실 의무실장,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김상만 전 대통령 자문의. 김지훈 기자

구속수감 중인 최순실씨가 독일에서 귀국하기 3일 전인 지난 10월 27일 국내에 있던 지인을 통해 고영태씨에게 자신의 국정농단 사실을 은폐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씨의 증거인멸 시도가 육성으로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14일 국회 최순실 국정조사특위 3차 청문회에서 최씨와 지인의 전화통화 녹음파일을 공개했다. 녹음파일에는 최씨가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의혹, 자신과의 관계 등에 대해 거짓 진술하도록 종용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지인은 최씨의 집사 격으로 활동했던 K스포츠재단 노승일 부장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통화에서 “(고씨에게) 나랑 어떻게 알았느냐 그러면 가방 관계 납품했다고 그러지 말고 옛날에 지인을 통해 알았는데(라고 말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이 들었던) 그 가방은 발레밀로(빌로밀로의 오기)인가 그걸 통해서 왔고, 그냥 체육에 관심이 있어 그 지인이 알아서 연결을 해줘서 내가 많은 도움을…”이라고 말했다. 최씨는 “사실 고원기획이고 뭐고 이렇게…”라고 말했다가 다시 “고원기획은 얘기하지 말고, 다른 걸 좀 하려다가 도움을 받으려고 했는데 도움을 못 받았다. 이렇게 나가야 할 것 같아”라고 말했다. 고원기획은 최씨가 고씨와 함께 광고기획 및 스포츠 시설 관리·운영 목적으로 세운 법인이다.

최씨는 이어 무언가를 ‘조작’으로 밀어붙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큰일 났네”라고 한 뒤 “고(영태씨)한테 정신 바짝 차리고, 걔네들이 이거 조작품이고, 얘들이 이거를 저기 훔쳐가지고 이렇게 했다는 걸로 몰아야 하고”라고 말했다. 이어 “이성한이도 아주 계획적으로 하고, 돈도 요구하고, 이걸 이제 하지 않으면…분리 안 시키면 다 죽어”라고 강조했다.

최씨가 언급한 ‘조작품’은 문제의 태블릿PC를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최씨는 귀국 전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이 전 사무총장은) 미친 사람이다. 협박도 하고 5억원을 달라고 했다”고 주장했었다. 박 의원은 “추가 녹취록을 4차 청문회(15일)에서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최씨 단골 의사로 알려진 김영재 원장은 청문회에서 “(박 대통령이) 피부 트러블이 있거나 순방 후 (얼굴이) 부을 때 갑자기 연락받고 청와대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김상만 전 대통령 자문의도 “자문의로 임명되기 전 청와대에 3차례 들어가서 대통령께 태반주사를 놓아드린 적이 있다”고 말했다. 또 이 과정에서 대통령 주치의 배석 없이 일부 시술한 사실도 인정했다. 진료 역시 공식 라인이 아닌 비선을 통해 이뤄진 셈이다.

글=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