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예술가와 소상공인이 만나니… 평범했던 점포, 명소가 됐다

입력 2016-12-14 19:41 수정 2016-12-14 20:49
‘우리가게 전담예술가’ 프로젝트를 통해 새로 단장한 점포들. 한성주단의 특색 없는 이전 진열 벽(왼쪽)과 손서린 작가가 다시 꾸민 진열 벽. 서울시 제공
카페 리버벨의 이전 밋밋한 테라스(왼쪽)와 이도영 작가가 벽돌 벤치와 갈대로 낭만적 분위기를 연출한 현재의 테라스. 서울시 제공
홍익대에서 도예유리와 목조형가구학을 전공한 청년예술가 손서린(30·여)씨는 지난 4개월간 서울 구로시장 내 한복거리에 있는 한성주단에 예술적 디자인을 입히는 작업을 했다.

점포 안쪽 벽면에는 포토존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조선시대 궁궐에 걸렸던 일월오봉도를 그려 넣었고 그 옆에는 각종 한복 장신구를 모아 진열했다. 가게 밖 벽면에 돌출된 배관은 나무처럼 보이도록 꾸몄다. 점포주에게 멋지게 디자인된 명함도 만들어 줬다.

한성주단 주인 한옥순(61·여)씨는 14일 “손씨의 손길로 가게가 몰라보게 예뻐져 고객은 물론이고 동네 어르신, 초등학생들도 찾아와 사진을 찍는 명소가 됐다”며 흡족해 했다.

손씨는 서울시가 진행한 ‘우리가게 전담예술가’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이 작업에 참여했다. 사회적기업 에이컴퍼니에 위탁해 진행한 이 프로젝트는 일 경험과 직업 역량이 필요한 청년예술가와 점포에 차별화된 디자인을 해보고 싶지만 여유가 없고 방법을 몰랐던 소상공인들을 연결시켜 점포에 예술을 입히는 작업이다.

서울시 뉴딜일자리의 일환으로 진행된 이 프로젝트에는 지난 4월부터 8개월간 만 39세 이하 청년예술가 19명이 참여해 31개 점포를 새단장했다.

청년예술가와 소규모 점포를 1대 1로 짝지어 점포에 맞게 다양한 작업이 진행됐다. 청년예술가들은 점포주와 의견을 주고받으며 작업한 끝에 아트월부터 명함, 종이컵·머그잔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맞춤형 디자인을 제공했다.

성균관대 미술학과 출신의 이도영(26·여)씨는 서울대입구역 근처에 있는 카페 ‘리버벨’과 작업했다. 점주가 카페 앞에 비어있는 테라스 공간을 활용하고 싶다고 해 그곳에 점포 분위기에 어울리는 벽돌 벤치를 설치하고 갈대를 심어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씨는 “카페 주인의 의견을 반영해가면서 작업하는 게 낯설기는 했지만 실제 생활공간을 꾸미는 작업이라 재미도 있었다”며 “카페 주인이 만족해 보람도 느꼈다”고 말했다.

‘우리가게 전담예술가’ 프로젝트를 통해 새 단장된 점포의 업종은 카페, 의류업, 복합문화공간, 숙박업, 음식점, 제조업 등 다양하다. 시는 15∼19일 서울 은평구 녹번동 서울혁신파크 미래청 오픈스페이스에서 프로젝트 활동 내용을 담은 전시회를 연다. 서동록 서울시 경제진흥본부장은 “우리가게 전담예술가는 소상공인 점포와 청년예술가들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협업해 점포 경영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이라고 말했다. 시는 청년예술가와 소상공인들의 반응이 좋아 내년에도 이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다.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