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연합 왜 늦어지나 (하)] “교회가 정치권처럼 분열” 젊은 세대 등 돌려

입력 2016-12-14 20:32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은 민심을 잘 읽어야 한다. 정치권이 극심한 분열을 겪고 있는데 교회마저도 똑같은 모습을 보이면 젊은 세대는 등을 돌리고 말 것이다. 전도 현장에 나가보면 대뜸 한국교회 분열부터 물어본다. 거기서 탁 막힌다. 너무 힘들다. 교계 지도자들이 큰 틀에서 이해관계 내려놓고 제발 하나 된 모습으로 국민들을 섬겨 달라.”(이춘명 익산 정다운교회 목사)

‘한국교회가 하나 돼 국민을 섬겨 달라’는 요청에 반대할 교계 지도자는 없다. 그러나 “한국교회가 하나 될 수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하겠다”고 공언하면서도 막상 논의에 들어가면 이런저런 이유를 앞세워 반대하는 상황이다.

“연합추진위 중심으로 통합해 달라”

현재의 연합 논의는 한국교회교단장회의, 한기총, 한교연이 참여하는 한국교회연합추진위원회에서 한다. ‘장·감·성·순·침(장로교, 감리교, 성결교, 순복음, 침례교)’이 모두 참여하는 공신력 있는 협의체인 것이다.

연합추진위에는 총 10명의 인사가 활동한다. 한교연 소속 5명(김요셉 한영훈 이성희 여성삼 이종승), 한기총 3명(최성규 이영훈 이강평),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1명(김선규), 기독교대한감리회 1명(전용재)이다. 교단 규모로 봤을 때 대형교단 8명, 중·소형교단 2명이다.

한기총 대표회장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회장을 지낸 박종순 충신교회 원로목사는 “다들 ‘한국교회가 하나 돼야 한다’는 명분엔 동의하지만 각론에 들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면서 “하나 되는 것은 하나님의 명령이고 한국교회의 강한 요청이다. 이런 명령과 요청을 사사로운 이해 때문에 거부·부정한다면 훗날 역사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 목사는 “집을 지을 땐 기둥을 세우고 지붕을 덮은 뒤 인테리어를 해야지, 침대와 가구부터 먼저 들여놓으면 안 된다. 교계지도자들이 ‘선(先)통합 후(後)논의’의 대국적 결단을 해 달라”면서 “연합추진위의 활동을 인정하고 힘을 실어 통합을 완료해 달라”고 부탁했다.

한교연, 연합논의 전면에 나서야

현재로선 한교연 전 대표회장들의 예우 문제와 교육부 인가 신학교를 보유하지 못한 군소교단의 포함 여부가 한국교회 연합에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연합추진위는 이 문제를 고려해 대화에 나설 필요가 있고, 한교연도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

만약 한교연이 연합추진위에 동참하지 않고 계속 ‘반대를 위한 반대’ 입장을 고수한다면 ‘한국교회교단장회의+한기총’ 형태로 갈 수밖에 없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교계 한 관계자는 “한교연 내 주요 지분을 지닌 예장통합과 대신, 기독교대한성결교회가 한국교회 연합에 동참한다는 분명한 의사를 갖고 있기 때문에 지금처럼 한교연이 소극적으로 나온다면 이탈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예장대신은 지난 8일 한교연 총회 때 총대들이 불참했으며 교단 분담금도 납부하지 않았다. 예장통합과 기성도 연합에 적극 동참한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조일래 한교연 전 대표회장은 “연합추진위는 한교연이 파송한 4명의 위원을 받아들여야 하며, 한교연도 연합추진위에 적극 참여해 한국교회 연합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면서 “교계 지도자들은 ‘내 주장이 옳다’ ‘내가 해야 한다’는 자세를 내려놓고 상대방의 이야기부터 들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