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경제부처 당국자들을 만나 경제정책 관련 협의 채널을 가동했다. 하지만 내홍을 겪고 있는 새누리당의 불참으로 야당과 정부 간 논의에 그쳐 향후 경제운용 방향에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국민의당은 14일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 이명순 금융위원회 구조개선정책관, 정대진 산업통상자원부 창의산업정책관 등을 국회로 불러 경제현안점검회의를 개최했다. 국민의당에서는 김성식 정책위의장과 장병완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장이 참석했다.
회의에서는 미국의 트럼프 정부 출범에 따른 보호무역주의 위험과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리스크, 가계부채 문제가 집중 거론됐다. 김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이 직무정지 상태가 돼 경제·안보 분야에 대한 협력과 책임을 강화해야 할 상황”이라며 “대외경제·구조조정·가계부채 등 3가지 경제 리스크를 잘 관리하고 서민경제 지원을 강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15일 예정된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는 미국의 금리 인상이 유력하다. 전문가들은 13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를 고려할 때 미국의 금리 인상이 현실화하면 부채가 많은 가계는 ‘이자 폭탄’을 맞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주요 정책으로 내세운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될 경우 한국 수출기업들의 타격이 불가피해 성장동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이 자리에서 추가경정예산 편성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최순실 게이트와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 등 대내외 악재로 확장재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김 정책위의장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정부는 내년 본예산을 조기 집행하는 게 우선이며, 만약 추경 필요성이 생기면 국회와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또 해외 투자자들이 예산안과 세법개정안이 제때 통과되는 것을 보고 정치적 리스크를 크게 느끼지 않는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이날 자리는 야당이 국정운영 채널로 제안했던 여야정 국정협의체가 조기 출범하지 못한 데 대한 후속조치 격으로 마련됐다. 박 대통령 탄핵 이후 야당이 경제·민생을 강조했지만 국회 논의가 공전하자 민생 현안을 챙기며 서둘러 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기존의 당정협의에서 주요 경제정책을 결정했던 것과 비교하면 경제 분야 주요 대내외 리스크를 점검하고 정부의 대응을 당부하는 수준에 그쳤다.
민주당 윤호중 정책위의장과 홍익표 정책위 수석부의장도 최 차관과 만나 경제 현안을 점검했다. 윤 정책위의장은 “탄핵 이후 정국 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경제와 민생”이라고 강조했다. 홍 수석부의장은 “정부는 예측 가능성과 투명한 경제정책을 위해 국민에게 자신들의 경제정책을 알려야 한다”며 “국회와 협의하고 국민과 소통하는 정부가 되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여·야·정 국정협의체 ‘불발’… 野·政 경제현안 점검 ‘빈손’
입력 2016-12-14 1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