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치난동 정신분열 60대에 ‘치료 조건 집행유예’

입력 2016-12-14 18:40
지하철역에서 행인들을 상대로 묻지마 난동을 벌인 60대 정신분열증(조현병) 환자에게 법원이 치료를 조건으로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교도소 수감 생활보다 제대로 된 치료를 받게 하는 게 결과적으로 재범(再犯)을 방지할 수 있다는 취지로 다른 심신장애인 형사재판으로 확산될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남성민)는 특수협박 등 혐의로 기소된 최모(62)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14일 밝혔다. 재판부는 지난 2일부터 형사재판에 도입된 치료명령부 집행유예 제도에 따라 2년간 치료·보호 관찰도 명령했다. 최씨가 성실히 치료를 받지 않으면 집행유예는 취소되고 실형을 살게 된다.

최씨는 지난 7월 서울 지하철5호선 광화문역 승강장에서 행인 A씨(23) 등 2명에게 욕설을 하며 망치 등으로 위협했다. A씨 일행이 “날씨가 너무 더워서 짜증난다”는 대화를 나눴다는 게 범행 이유였다. 이들의 대화를 들은 최씨는 “짜증? 약을 먹었냐. 다 쿠데타야”라고 소리치며 자신의 가방 안에 있던 망치를 꺼내 머리 위로 치켜들었다.

최씨는 2005년부터 편집성 정신분열 증세로 정신과 치료를 받다가 올해 봄부터 약 복용을 중단한 상태였다.

재판부는 “최씨는 공공장소에서 위험한 물건인 망치를 갖고 아무런 이유 없이 지나가는 행인들을 위협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최씨를 치료했던 정신과 의사가 ‘치료만 잘 받으면 위험한 행동을 전혀 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소견을 밝혔고, 최씨 가족도 치료 의지를 보이고 있다”며 “적절한 치료를 통해 추가 범행을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치료 명령 이유를 설명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