銀産분리 완화 없이… 인터넷 전문은행 반쪽 출범

입력 2016-12-14 18:44

인터넷 전문은행 시대가 열렸다. 금융위원회의 인가로 우리나라 최초 인터넷 전문은행 케이뱅크가 이르면 내년 1월 말 영업을 시작한다. 하지만 은산분리 규제(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 규제) 완화를 놓고 국회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못해 ‘반쪽 출범’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14일 정례회의를 열고 케이뱅크의 은행업 영위를 본인가했다고 밝혔다. 은행 신설 인가는 1992년 평화은행 이후 24년 만이다. 다른 인터넷 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도 이달 안으로 본인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금융위는 지난 9월 30일 케이뱅크가 본인가를 신청한 뒤 두 달 동안 자본금 요건, 자금조달 방안 적정성, 주주구성 계획, 사업계획, 임직원 요건, 인력·영업시설·전산체계 요건 등 6가지를 심사한 결과 케이뱅크가 모든 조건을 충족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인터넷 전문은행 특례법이 통과되지 않아 “케이뱅크 은행은 은행업을 ‘전자금융거래법’상 전자금융거래의 방법으로 영위해야 한다”는 부대조건을 달았다. 이는 케이뱅크가 은행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거래를 비대면으로 해야 한다는 뜻이다.

케이뱅크는 금융결제원 지급결제망 최종 연계 등을 거쳐 내년 1∼2월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은행법령상 본인가 이후 6개월 이내에 영업을 개시해야 한다.

영업이 시작되면 소비자들은 인터넷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케이뱅크 회원가입만 하면 예금·대출·송금·결제·자산관리 등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주말이나 휴일 구분 없는 365일 24시간 이용이 가능하다. KT의 빅데이터를 이용한 10개 신용등급에 따른 중금리(7∼8%) 개인 신용대출도 서비스한다. 케이뱅크 주주 가운데 한 곳인 GS리테일의 편의점 GS25의 ATM을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현행 은행법에서 산업자본이 금융자본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어 인터넷 전문은행 출범에 따른 시장변화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케이뱅크 출범을 추진해온 KT는 케이뱅크 주식 8%를 가지고 있지만 의결권이 있는 주식은 4%로 제한된다. 2500억원의 자본금으로 시작한 케이뱅크는 2∼3년 내 2000억∼3000억원의 추가 자본금 확충이 필요하지만 이러한 상황이 개선되지 못하면 KT가 증자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이달 중 본인가를 신청할 카카오뱅크도 비슷한 상황이다. 하지만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반대하는 측에서는 은행이 기업의 ‘사금고’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다만 케이뱅크는 낙관적인 입장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법안이 통과돼 KT가 ICT 기술을 바탕으로 혁신을 이끌어갈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플랜B(KT가 1대 주주가 아닌 상황)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국회에서 인터넷 전문은행 입법이 조속히 처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회에는 2개의 은행법 개정안과 3개의 인터넷 전문은행 특례법이 계류 중이다.

홍석호 조효석 기자 will@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