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다 숨기고 이성한 조작으로 몰고가라”

입력 2016-12-15 00:09 수정 2016-12-15 17:13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4일 국회 최순실 국정조사특위 3차 청문회에서 최순실씨가 독일에서 귀국하기 직전 지인에게 이번 사태와 관련한 거짓진술을 지시하는 내용의 녹취록을 청문회장 대형 화면을 통해 공개하고 있다. 김지훈 기자

최순실씨는 지난 10월 24일 문제의 태블릿PC 존재가 드러난 직후 국정농단 실태 은폐 작업을 벌였다. 최씨는 국내에 있던 K스포츠재단 노승일 부장에게 전화를 걸어 조작된 진술을 지시하고 물증 폐기 지침을 내렸다. 곧이어 언론 인터뷰에서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을 거액을 요구한 ‘미친 사람’으로 내몬 뒤 귀국해 검찰 수사에 응했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도 같은 시기 광범위한 증거인멸을 교사했다. 국회 최순실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 출석한 증인들은 조금만 곤란한 질문이 나오면 “모른다” “기억이 안 난다”로 일관했다. 최씨 일당의 은폐·조작이 어느 수준까지 이뤄졌는지 예측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14일 3차 청문회에서 공개한 최씨의 통화 녹음파일은 최씨가 독일에서 귀국하기 전 이뤄진 상황을 담고 있다. 통화한 시점은 최씨가 언론 인터뷰에서 억울함을 호소했던 10월 26일 다음날인 10월 27일 새벽이었다고 박 의원은 밝혔다.

이 시기에 증거인멸을 종용한 정황은 또 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에 따르면 최씨는 10월 25일 국내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의 회사인 ‘더블루케이’에서 가져온 컴퓨터 5대를 파기하라고 주문했다. 이들은 이 컴퓨터를 지인의 집에 숨겼다가 오후 11시 최씨의 독촉전화에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포맷한 뒤 떼어내 망치로 내리쳤다.

안 전 수석도 10월 20∼21일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등에게 전화를 걸어 검찰 압수수색에 대비할 것을 주문했다. 휴대전화 폐기, 이메일 삭제 등 구체적인 은폐 방법도 지시했다. 안 전 수석의 증거인멸(10월 20∼21일)→태블릿PC 보도(10월 24일)→박근혜 대통령 1차 대국민 담화 및 컴퓨터 5대 파기(10월 25일)→최씨 언론 인터뷰(10월 26일)→국내 증거인멸 지시(10월 27일)→귀국(10월 30일)으로 이어지는 급박한 상황이 열흘 새 이뤄진 것이다.

최씨는 노 부장과의 통화에서 자신이 설립한 고원기획의 존재를 숨기고 박 대통령이 들었던 가방(빌로밀로)과의 연관성도 부인할 것을 지시했다. 제보자들이 자신에게 앙심을 품고 비리를 폭로한 것처럼 위장하려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이 전 사무총장에 대해선 돈을 요구한 파렴치범으로 둔갑시키도록 했고, 태블릿PC는 ‘조작품’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씨는 이 작업이 실패하면 “다 죽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 의원이 공개한 녹음파일은 최씨와 노 부장과의 한 차례 통화 내용을 나눠서 공개한 것이다. 박 의원은 “청문회에서 질의시간 제한이 있어 모든 내용을 공개하지 못했다”며 “15일 청문회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더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추가 공개할 내용은 최씨가 귀국한 이후 지인과 통화한 내용으로 알려졌다.

국회 청문회에서 증인들이 모르쇠로 일관한 것이 최씨 주문에 따른 것이라는 의혹도 나온다. 박 의원은 “최씨와 관련된 사람들은 모두 서로 모른다고 우기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글=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