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FC 바르셀로나와 알 아흘리(사우디아라비아)와의 친선경기. 시합 전에 주황색 유니폼을 입은 6세 꼬마가 그라운드 한 가운데에 볼을 놓은 뒤 힘차게 축구스타 리오넬 메시에게 달려갔다. 메시는 해맑은 표정으로 자신을 꼭 끌어안는 소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내내 미소를 감추지 않았다. 언뜻 보면 아버지가 아들을 대하는 듯했다. 소년은 메시를 비롯해 네이마르, 수아레스 등 세계적 스타들이 즐비한 바르셀로나 선수들과 기념촬영을 하는 행운까지 누렸다. 소년은 아프가니스탄 출신의 무르타자 아흐마디다. 무르타자는 연초 비닐봉지로 메시의 유니폼을 만들어 입은 사진으로 화제를 모았다. 11개월이 지난 뒤 무르타자의 꿈은 현실이 됐다.
아프가니스탄 중부 자고리의 한 농촌에 사는 무르타자는 지난 1월 아르헨티나 축구 대표팀 유니폼을 연상시키는 파란색 줄무늬의 비닐봉지를 오려 유니폼처럼 만든 뒤 메시의 이름과 등번호 10번을 써 넣고 입었다. 15년째 내전이 이어지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비닐봉지 유니폼을 입고 천진난만하게 웃는 무르타자의 모습은 지구촌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다.
당시 무르타자의 아버지인 무하마드 아리프 아흐마디는 한 외국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아들이 메시와 축구를 정말 좋아하는데 내가 가난한 농부여서 진짜 유니폼을 사 줄 수 없었다. 그래서 형제들이 비닐봉지로 유니폼을 만들어 줘 입혀 줬다”고 말했다.
무르타자의 사연은 온라인에서 급격히 확산됐다. 무르타자는 지난 2월 유엔아동기금(UNICEF)의 도움으로 메시의 메시지와 사인이 들어간 진짜 아르헨티나 대표팀과 바르셀로나 유니폼을 선물로 받았다. 유니폼을 입은 무르타자는 “나는 메시를 사랑한다. 그리고 이 유니폼에 메시도 나를 사랑한다고 적혀 있다”며 기뻐했다. 결국 2022 카타르월드컵 조직위원회의 주선으로 이 둘의 만남은 이뤄졌다. 무르타자는 “나의 영웅을 만나 정말 행복하다. 꿈만 같다”고 말했다고 조직위는 전했다.
김태현 기자
진짜 메시 만난 ‘비닐봉지 메시’
입력 2016-12-15 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