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성장률 전망 번번이 부풀린 정부, 내년엔 거품 뺄까

입력 2016-12-14 04:08

정부가 사실상 내년 경제성장률 3%를 포기할 것이 확실시된다. 2%대로 하향 조정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시장은 어디까지 수치를 내릴지 주목하고 있다. 이번에는 ‘장밋빛’ 일색인 엉터리 전망을 탈피할지를 보는 것이다. 최근 주요 기관에서 잇따라 2% 초·중반의 전망치를 내놓자 정부도 이를 외면하기 힘들게 됐다.

기획재정부는 내년 2%대 경제성장률을 공식화하고 있지 않다. 지난 6월 발표된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3%였다. 기재부 관계자는 13일 “성장률과 관련해 하방 리스크까지 고려해 검토하고 있다”고만 말했다.

그러나 관가에선 정부가 이달 말 발표할 내년 경제정책 방향에서 2%대로 성장률 전망을 낮출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앞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우리나라의 내년 성장률을 2.6%로 내렸고,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대통령 퇴진 변수를 제외하고도 2.4%로 하향 조정했었다. 민간 연구기관들은 2%대 초반까지 낮게 본다. 심지어 일본 노무라증권은 1.5% 전망치를 제시하기도 했다. 여기에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직무정지를 거론한 뒤 “우리는 이미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올해 2.7%, 내년 2.5%로 전망한 바 있다”며 이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5년간 정부 전망치와 실제 성장률을 비교해보면 실제가 전망을 넘어선 적은 거의 없다. 평균 오차는 0.92% 포인트 수준에 이른다. 매년 ‘장밋빛’ 경제전망을 내놓는 정부에 대한 신뢰도는 땅에 떨어진 분위기다.

당장 올해만 봐도 정부는 지난해 12월 올해 3.1% 성장할 것으로 발표했지만 대내외 여건이 악화되자 지난 6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8%로 하향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실제 성장률은 더 낮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3분기까지 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평균 2.9%에 그쳤고, 4분기에 1%대 성장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연간 2.5%를 넘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의 경우 정부는 성장률 전망치를 3.8%로 발표했지만 실제 성장률은 2.6%에 불과했다. 무려 1.2% 포인트나 차이가 났다.

다른 기관과 비교해도 정부의 ‘엉터리 경제전망’은 독보적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정부보다 오차가 클 뿐 한국은행과 민간 연구소 등은 모두 정부보다 평균 오차가 낮은 것으로 집계된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 전망치는 사실상 목표치”라며 “정부 전망은 시장에 중요한 메시지를 주기 때문에 보수적으로 잡기 어렵다. 목표치가 낮을 경우 필요 이상의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민간은 강하게 반박한다. 정부의 경제전망은 기업과 가계의 투자·소비 계획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만큼 예측이 틀린다면 오히려 정부가 시장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목표치라도 최대한 실제와 근접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정부의 성장률 전망이 계속 빗나간다면 근본적 정책 대응을 못하게 될 수 있다”고 했다.세종=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