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유일호 경제팀’을 유지키로 하면서 권한대행의 인사권 행사 범위를 둘러싼 논쟁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야당 내에선 일단 이를 수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지만 “사전 협의가 없었다”며 반발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법무부 장관, 공공기관장, 헌법재판소장 및 재판관 등에 대한 인사권이 갈등의 방아쇠가 될 수 있는 만큼 정치권과의 적극적인 협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13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유일호, 임종룡 체제에 변동을 주는 것이 경제에 잘못된 신호를 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현 체제를 수용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국민의당 장병완 의원도 “경제부총리를 더 흔들어선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동철 비상대책위원장이 “사전 협의 없는 일방적 결정은 권한대행 체제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증폭시키는 것”이라고 했지만 야권 분위기는 수용 쪽으로 기울었다.
‘경제 사령탑’ 인사에 대한 교통정리는 일단락됐지만 문제는 앞으로다. 법무부 장관과 공공기관장 등에 대한 인사가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청와대의 경우 강석훈 경제수석이 직무대행 중인 정책조정수석, 인사검증을 담당하는 공직기강비서관이 공석이다. 박승주 전 여성가족부 차관이 내정됐던 국민안전처 장관 교체 문제도 잠재돼 있다.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은 현재 12곳의 기관장이 공석이거나 임기 만료 상태지만 더 늘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사실상 주요 공공기관장의 경우 청와대가 낙점하는 게 관행”이라며 “청와대의 공백이 공공기관장 공백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탄핵심판을 담당하는 박한철 헌법재판소장(2017년 1월 31일), 이정미 헌법재판관(2017년 3월 13일)의 임기 만료 문제도 있다.
인사 대상은 많지만 재량은 크지 않다. 권한대행의 인사권은 최소화한다는 것이 일반적 해석이다. 2004년 고건 권한대행 체제 때도 차관급 등에 한정됐다. 당시 공공기관장 인사도 총선 전에 하려했다가 노무현 전 대통령 복귀 이후로 미뤘다. 야당의 판단 역시 비슷하다. 민주당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권한대행으로서 한계를 명확히 인식하고 필요한 경우에 한해 국회와 협의해서 인사권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황 권한대행은 대행 기간이 최장 8개월인 만큼 정치권과의 협의를 전제로 인사권을 보다 적극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정책 연속성과 안정을 위해서라도 내각 및 공공기관 인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종현 국민대 법학과 교수는 “주요 인사가 다 인사 청문 대상인 만큼 정치권과 협의해서 인사권 범위를 정하는 전례를 남기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헌법재판소장, 헌법재판관도 권한대행의 인사권 밖이라는 의견이 많지만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다. 조대현 전 헌법재판관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헌법재판소법에 보면 ‘임기 만료 전에 임명해야 한다’라고 의무 규정으로 돼 있다”며 “법률에 규정된 의무는 이행해야 된다”고 말했다.
황 권한대행은 이날 오전 의장 자격으로 국무회의를 처음 주재하고, 오후에는 경찰지구대와 교통순찰대를 방문했다. 점심때는 김대중 전 조선일보 주필, 정성진 전 법무부 장관 등 6명의 학계·언론계 인사와 간담회도 진행했다. 총리실은 참석자 명단을 공개하지 않다가 보수성향 인사 위주라는 지적이 있자 뒤늦게 명단을 공개해 논란을 자초했다.김현길 조성은 백상진 기자
세종=이성규 기자 hgkim@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
인사 요인은 수두룩한데… 황교안 대행의 선택은
입력 2016-12-14 0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