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에서 성공 가도를 달리던 조태룡 단장은 지난 3월 프로축구 K리그 챌린지(2부 리그)의 강원 FC 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출근 첫날 도청 파문 등으로 어수선한 선수단을 추스르기 위해 직원들의 컴퓨터와 휴대폰을 모두 바꿔 줬다. 그리고 선수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팀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강원은 올 시즌 작은 꿈을 이뤘다. 3년 만에 K리그 클래식(1부 리그)으로 복귀한 것이다. 조 사장은 승격을 확정 지은 이튿날 새벽 새로운 꿈을 고민하다 ‘내년엔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에 진출하자’며 무릎을 쳤다. 그는 1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 시즌 약팀으로 분류됐던 레스터시티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차지한 것처럼 우리도 동화를 한번 써 보겠다. 인생의 참맛은 도전이다”고 포부를 밝혔다.
강원은 꿈을 이루기 위해 대어들을 쓸어 담고 있다. 우선 지난 9일 국가대표 출신 공격수 이근호(31)를 깜짝 영입했다. 2012 아시아축구연맹(AFC) 올해의 선수에 빛나는 이근호는 이번 시즌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맹활약하며 팀을 정규리그 3위에 올려놨다. 다음 시즌 ACL에 나설 수 있는 이근호가 강원에 입단한 것은 의외였다. 강원은 이어 수비수 오범석(32), 미드필더 김경중(25), 공격수 김승용(32)을 잇따라 영입했다. 조 사장은 “아직 선수들을 더 데려와야 한다”며 깜짝 영입을 예고했다.
조 사장은 “최근 영입한 선수들은 모두 국가대표나 올림픽 대표 출신으로 충분히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통할 수 있는 자원”이라며 “능력이 있지만 주류에서 배제된 선수들을 발굴해 재기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다. 간절함을 간직한 공포의 외인구단 같은 팀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강원의 올해 예산은 86억원(집행된 예산은 65억원)인데 조 사장은 내년에 200억원의 예산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강원이 구단 규모에 비해 과도한 투자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조 사장은 “강원도에 있는 18개의 시와 군, 메인 스폰서 강원랜드 등 기업들과 7만여 명의 도민들이 우리 팀을 응원한다”며 “좋은 선수들이 모여 좋은 성적을 거둬 지역 사회에 축구 붐이 일어나면 구단의 경영 상태가 개선돼 다시 좋은 선수를 영입하는 선순환 구조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승부사 기질을 발휘해 넥센을 프로야구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조 사장이 축구판에서도 다시 한 번 성공 스토리를 쓸 수 있을까.
그는 “공부를 열심히 하면 좋은 성적을 올리는 것처럼 과정에 충실하면 좋은 결과를 얻는 것이 세상 이치라고 생각한다”며 낙관론을 폈다. 김태현 기자
강원FC, 국가·올림픽 대표 출신 대어 줄줄이 영입 “레스터시티처럼 동화 써 보겠다”
입력 2016-12-14 04:25